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 / 사진=뉴시스


롯데그룹의 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의 승진 가능성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신 상무가 올들어 그룹 대내외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이번 인사를 통해 입지를 더욱 확대하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신 상무가 아직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고, 승계를 위한 지분이나 국적 문제 등 선행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분석이다.

신유열 상무 거취 주목받는 이유는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이달 말 정기 인사를 발표한다. 앞서 롯데그룹이 통상 9월 말 진행하던 임원 인사 평가를 올해 2~3주가량 앞당겨 마무리하면서 인사 발표 시기 역시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예년대로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재계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의 거취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했지만 한동안 별다른 외부활동이 없었다.

올해 들어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 롯데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일본지사 상무로 임명됐고 8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다. 9월 말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도 참석했다.


지난 10월 초에는 김상현 롯데 유통HQ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 한국 롯데 임원 및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들과 서울 잠실 롯데마트 내 제타플렉스 주류 편집매장 보틀벙커,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을 찾는 등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신 상무가 올해 인사를 통해 그룹내 역할을 강화, 후계구도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 대기업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경영전면에 등장하는 등 재계의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다.


총수 일가라도 뚜렷한 성과를 보인 것이 없는 것이 문제다. 신 상무가 롯데에 합류한 것도 2년여 전이고 올해 5월에야 롯데케미칼, 그것도 일본 지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 상무는 현재 지주사나 계열사 지분이 전무해 후계구도나 3세 경영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신 상무가 당장 경영일선에 전진배치되기 보단 한동안 계열사 등에서 실무를 거치며 경험을 쌓은 뒤 점진적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국적' 해결도 선행돼야 할 듯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에 앞서 국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 상무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 국적자다. 과거 롯데는 국적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어 해당 사안에 민감하다.

롯데는 일본에서 창업한 회사다. 현재도 한국 롯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역시 일본 광윤사이며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다.

2015년 신동빈·신동주 형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을 당시 롯데의 배경이 알려지면서 롯데가 과연 일본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로 민감한 관계인 까닭에 롯데의 국적 논란은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신 회장의 한국어 발음이 다소 어색해 오히려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신 회장은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선언했다. 호텔롯데를 한국에 상장하면 주주구성이 바뀌고 일본측 지분이 희석돼 자연스럽게 국적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비자금 수사, 중국의 사드보복, 코로나19 등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요원하다.

재계는 신유열 상무가 한국 롯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이 약속대로 진행되고 신 상무의 일본 국적 정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신 상무는 올해 만 35세로 지금 당장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신 상무는 병역이 면제되는 만 38세(2025년) 이후에 한국으로 귀화해 국적과 병역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뒤 경영참여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국적 문제는 롯데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신 상무의 승진은 지금 당장 시급한 현안이 아니기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 등의 미완의 과제를 해결 한 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