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유출 구조를 고착화하고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 역외탈세 혐의자 53명이 적발됐다. 사진은 23일 세종시 국세청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외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하는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 /사진=뉴스1


#국내기업 A사는 해외 거래처에 용역을 제공하면서 용역대금 중 일부를 회사 주인 B씨가 외화현금 등으로 받을 수 있도록 빼돌렸다. 이후 이를 국내 매출 신고에서 누락했다. B씨는 빼돌린 대금과 A사 법인카드를 해외체류와 원정도박 등에 사용했다. B씨는 카지노 호텔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처럼 거짓 결제한 뒤 대금을 돌려받는 방식 등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 B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4년 동안 64회에 걸쳐 법인카드를 유용했다. 이에 국세청은 A사가 미수취한 용역대금과 B씨가 사적으로 유용한 법인자금 등에 대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A사처럼 국부 유출 구조를 고착화하고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 역외탈세 혐의자 53명을 적발했다.

23일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세종시 국세청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역외탈세혐의가 있는 5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인의 외화자금 유출 및 사적 사용 24명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무형자산 부당 이전 16명 ▲다국적기업의 국내이익 편법 반출 13명 등이다.


이들은 국내 자금이나 소득을 국외로 부당 이전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소득을 해외 현지에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조사대상자 중에서는 현지법인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거나 국외 차명주주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자금을 반출한 후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또 사업기능이 없는 해외중간지주사나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와의 외주거래를 허위로 계상해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

회사 주인이 법인의 국외용역 대가를 신청하지 않고 부당 수취한 뒤 해외체재비·유학비·원정도박 등에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내국법인이 기술·상표권·가상자산 등 무형자산을 개발하고 정당한 대가 없이 국외로 이전해 원천기술을 해외제조법인이 무상활용한 경우도 있다. 나아가 현지법인에 쌓인 부당이득을 유출한 사례도 적발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역외탈세 추징세액 4조149억원 가운데 동시조사를 통해 총 1조655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오 국장은 "이번 역외탈세혐의 조사대상자는 외환 확보가 중요한 시기에 외화자금을 유출함으로써 외환위기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에 처한 기업을 다시 일으킨 역사를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환송금내역·수출입 통관자료·해외투자명세를 철저히 검증하고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인 사주를 비롯해 관련인들까지 포렌식·금융거래조사·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