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전날 메리츠, KB, 삼성, NH투자,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증권사의 전방위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증권사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을 누리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담합했는지 살펴보려는 취지다.


21일 금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전날 메리츠·KB·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를 벌인 후 11년 만이다.

공정위는 국내외 주식 매매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를 담합했는지를 포함해 업무 전반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증권 담보대출 등의 여신 업무도 수행하는 만큼 대출 금리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예탁금 이용료는 주식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겨 놓은 여유 자금에 붙는 일종의 이자다. 지난해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 0.37%다. 기준금리가 상승한 데 비해 증권사 대부분이 예탁금에 대한 이자인 예탁금 이용료율은 소폭 올리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업계 전반에 대한 이자 장사를 지적했고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등을 합리화하기 위해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대차거래 수수료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벌어들인 예탁금 규모는 4년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0%대로 쥐꼬리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한 금액은 2019년 1739억원, 2020년 1235억원, 2021년 1020억원, 2022년 1970억원으로 4년간 총 5965억원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규정(4-46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에게 금융투자협회가 정하는 예탁금 이용료 산정 기준 및 지급 절차에 따라 투자자에게 예탁금의 이용 대가를 지급하라고 명시됐다. 증권사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심은 연 9%대 신용융자 금리를 담합했는지 여부다.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융자는 사실상 전 증권사와 연관됐기 때문이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2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금리는 연 10%에 육박했다.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를 취급하는 29곳 증권사 중 최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61일 이상)과 삼성증권(90일 이상)으로 금리는 연 9.6%다. 업계 최저 수준인 상상인증권(6.15%)과 비교하면 3.5%포인트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은행의 대출금리를 조사할 때부터 다음 타깃은 증권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올 게 왔다'는 분위기"라며 "증권사마다 금리, 수수료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담합으로 볼 가능성은 적으나 조사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지목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