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 또 불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2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문제의 바이오 기업에 대한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불공정거래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840억원에 이른다. 조사가 완료되면 부당이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0건의 불공정거래 의심 사례 중 단 14건에 대한 조사 결과여서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사례 세 개는 모두 무늬만 바이오 기업이었다. 사례를 보면 기업사냥꾼 3명은 A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A사 CB를 미리 보유해놨다. A사가 신약 개발사를 인수한 뒤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한다는 정보를 홍보했다. 하지만 정보는 과장과 허위였다. 임상은 엎어졌고 투자는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높은 가격에 팔아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바이오와 상관없던 B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사업과 치료제 개발 등 신사업 진출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내용의 주총소집을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기업사냥꾼 2명과 상장사 실질적인 사주 등 3명은 전환기일이 도래한 B사의 사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매도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추진 실적은 없었다. C사 역시 B사와 비슷한 사례였다.


이들이 바이오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은 '코로나 테마'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컸다.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인 40건의 사례 중 63%(25건)이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 바이오 등 허위의 신규사업 진출 발표 등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조작 세력 탓에 전반적인 바이오 기업들은 낭패를 봤다. 가뜩이나 바이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주가조작 사태까지 얽히면서 투자 유치를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지난 7월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에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상장 회사들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상장 회사들은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에 자금이 없는 어려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번 주가조작 사건까지 더해져 투자 유치는 더 힘들어졌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금으로 무분별하게 개발 파이프라인을 늘려 자금 운용에 구멍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해당 기업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파이프라인을 축소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규 채용을 없앤 곳도 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의지가 담긴 몸부림이다.

이런 상황에 뭐라도 해보자며 변화를 좇는 기업들도 있다. 업계 맏형 격인 기업들은 '계획된 적자'를 명목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모두가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위기를 차근차근 타개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무늬만 바이오를 외친 기업들을 일벌백계하는 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걸러질 기업들은 다 걸러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의 근황을 물을 때마다 "어려워요" "힘들다"는 이구동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