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피해자와의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으로 피해 아동의 친모 A 씨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등 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피해자의 계부 B 씨에게는 무죄, A 씨의 지인 C 씨에게는 징역 7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 등 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 명령, A 씨의 지인 D 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 등 관련기관 5년 취업제한 명령이 각각 확정됐다.


A 씨는 B 씨와 공모해 피해 아동을 강간하는 등 성적·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한 혐의, C 씨와 D 씨는 피해 아동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 등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은 검사로부터 성범죄 피해자인 아동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조회를 받았고, 자신이 피해자와 면담하는 내용을 녹화했다.


검사는 이 영상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는데, 녹화물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지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상 형사 사건의 목격자가 작성한 진술서, 목격자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의 진술 등은 '전문증거'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는 유죄 증거로 쓰지 못하지만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로 인정된다.


1심과 2심은 모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아닌 진술분석관이 피해자의 진술을 촬영한 영상물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전문증거'라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먼저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제작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내지 증거로서의 사용 범위는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며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사기관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녹화물에 '수사과정 외의 진술'에 관한 증거능력을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진술분석관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진술분석관의 소속이나 지위, 녹화물의 제작 경위와 목적, 면담의 방식과 내용, 면담 장소 등을 두루 고려해 볼 때 영상녹화물은 수사 과정에서 작성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 영상녹화물이 수사 과정에서 작성돼 증거능력을 갖춘 '피의자 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혹은 진술서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