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명의도용 사실을 증명할 공적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부규정을 근거로 명의도용에 따른 명의변경 신청을 거부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결정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원고 A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국민건강보험료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사업장대표자 소급 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A 씨는 B 씨가 실사업자인 사업장의 사업자등록 명의자로 B 씨로부터 명의를 도용당했다며 건보공단이 2017년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사업장에 부과한 보험료 약 304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이 A 씨 소유의 건물과 예금채권을 압류하자, A 씨는 B 씨가 명의를 도용해 사업을 했음이 밝혀졌고 세무서와 근로복지공단 등은 사업주 명의를 B 씨로 변경했다며 건보공단에 명의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명의 변경신고서가 제출된 당일 명의도용을 입증할 자료의 보완이 필요하고,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안내했다. 이후 추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끝내 변경 신고를 거부했다.


그러자 A 씨는 사업자등록 명의를 도용당했거나, 적어도 직위를 이용한 강요 또는 기망에 의해 명의가 이용된 것인데 이를 거부한 건보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명의도용으로 인한 사용자(대표자) 변경 신고 자체가 본질적으로 명의도용 여부에 대한 조사·심사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신고를 아무런 심사 없이 모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신고는 건보공단의 실질적 심사를 거쳐 그 수리 여부가 결정되는 신고"라고 판단했다.


이어 "법령상 신고서상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하는 서류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건보공단으로서는 일단 A 씨가 제출한 신고서와 첨부서류를 기준으로 명의도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해 수리 여부를 결정했어야 할 것인데 '명의도용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공적 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내부 업무처리 기준을 이유로 서류 보완을 요구한 뒤 거부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건보공단이 사업장 명의도용 여부에 관해 내부적으로 검토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단순히 명의도용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공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 이유로 심사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적법한 거부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