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DEX'에 전시된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모형. /사진=최유빈 기자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2년여의 표류를 끝내고 본격적인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인 '보안 사고 감점'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채 실무 절차가 시작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경쟁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1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오는 11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예비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기본설계를 자료 일부를 한화오션이 열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2013년 기초가 되는 개념설계를 수행한 뒤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앞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이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게 된다.

구체적인 사업 진행 일정과 세부 추진 계획은 오는 22일쯤 방사청이 공지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입찰공고를 시작하고 5월 제안서 접수·평가, 6월 협상과 실행계획서 확정, 7월 계약 체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사이 사업 방식을 두고 이어졌던 소모적인 논쟁을 일단락하고 실질적인 건조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KDDX가 총사업비 약 8조원을 들여 6척의 함정을 건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방사청은 공정성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수주전의 가장 큰 뇌관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사고 감점' 적용 여부다. 과거 KDDX 관련 기밀 유출 사건으로 인한 페널티가 이번 상세설계 입찰 과정에서 적용될지를 두고 양사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현재 방사청은 감점 적용 여부를 외부 평가위원들이 규정과 상황을 종합해 판단할 몫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고 평가가 끝날 때까지는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업체에 과거의 과오를 이유로 이중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은 국내 함정 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라며 감점 적용을 거부했다. 반대쪽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격한 규정 적용을 강조하며 보안 사고 전력이 있는 업체에 대한 합당한 처분이 공정 경쟁의 출발점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감점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양사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감점이 적용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약 1.8점이라는 감점을 안고 싸워야 한다. 함정 수주전이 보통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술 점수에서 '압도적 격차'를 벌려야만 승산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며 쌓은 데이터와 설계의 연속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기술 평가 점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선체 설계뿐만 아니라 통합 생존성 강화 등 국산화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점을 평가위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수상함 명가' 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력 확충에 집중해왔다. 이번 사업이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만큼 최신 건조 공법과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수주를 노리고 있다.

KDDX는 단순히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선체부터 전투체계, 다기능 레이더(MFR)까지 국내 기술로 통합하는 첫 번째 구축함 사업으로, 향후 글로벌 함정 수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될 전망이다.

해군 전력화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당초 계획대로면 2024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절차가 이뤄졌어야 했다. 함정 건조에 통상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사업에 착수하더라도 전력화 시점이 목표치보다 늦어질 수 있다.

방산 수출 측면에서의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KDDX는 'K방산' 함정 분야의 얼굴이다. 주요 국가들은 해당 함정이 자국 해군에 실제로 배치돼 운용되고 있는지를 핵심 신뢰 지표로 삼는다. 국내 전력화가 늦어질수록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기회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감점 적용 여부가 이번 수주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며 "예비설명회를 기점으로 KDDX 사업을 향한 두 회사의 경쟁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