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을 방문하면 제주맥주 전공정을 볼 수 있는 양조장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방문고객들의 경우 시음도 가능해 현재 20~30대 커플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은 제주도 여행 필수코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사진=김병탁 기자


"제주도 가면 한라산 소주를 마시듯, 제주맥주도 제주도에서 꼭 마셔야 하는 맥주로 자리잡는 게 목표입니다."


김백산 한울앤제주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제주 특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맥주는 전국 유통보다 '제주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라는 희소성에 집중하며 양조장 투어, 호텔 납품, 편의점 한정판 등으로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일 제주시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을 찾았다. 주말 오후임에도 양조장 주차장은 렌터카로 가득했다. 20~30대 커플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곳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방문객은 "제주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고 해서 왔다"며 "여기서만 살 수 있는 맥주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월 3000명 찾는 양조장 투어…"파일럿 맥주 시음이 매력"

제주맥주 양조장은 월평균 3000명이 찾는 제주 관광 명소다. 연간 3만6000명 규모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양조장 투어 방문객은 매년 5%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양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솟은 발효 탱크들이다. 은은한 맥주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제주맥주는 양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양조장을 개방했다. 방문객들은 맥주 도슨트의 설명을 듣며 원료 투입부터 발효, 숙성, 포장까지 전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음이다. 이 중 파일럿 맥주는 소량 테스트 생산 후 반응이 좋으면 정규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으로, 양조장 방문객들만 먼저 맛볼 수 있다. 매번 다른 종류의 파일럿 맥주가 준비돼 있어 재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한울앤제주 관계자는 "파일럿 맥주는 브루마스터들이 실험적으로 만든 레시피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장"이라며 "방문객들의 반응을 보고 정규 제품 출시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 참여형 제품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일럿 맥주 중 반응이 좋았던 '언더15'는 올해 정규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양조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피드백이 제품화로 이어진 사례다.


한울앤제주는 2월13일부터 제주맥주 양조장을 방문한 고객에 한해서만 '블루베리 스타우트'를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사진=김병탁 기자


2월13일 출시 '블루베리 스타우트' 4000병 한정…"배럴 시리즈, 겨울마다 특별하게"

제주맥주는 오는 13일 '배럴 더 메리 시리즈 - 블루베리 스타우트'를 4000병 한정으로 출시한다. 양조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이번 제품은 2년간 오크통에 숙성된 임페리얼 스타우트 원액에 블루베리, 라즈베리, 딸기 농축액을 섞어 만들었다.

취재 당시 양조장 한편에는 출고를 앞둔 블루베리 스타우트가 쌓여 있었다. 한울앤제주 관계자는 "13일부터는 양조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루베리 스타우트는 샴페인 병 형태의 750ml 용량으로 출시된다. 코르크 마개로 마감돼 프리미엄 느낌을 살렸다. 병에는 "소중한 한 병을 소중한 사람에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제주맥주가 겨울마다 선보이는 배럴 시리즈는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왔다. 2020년 스코틀랜드 위스키 명가 하이랜드파크와 협업한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은 3000병이 사전예약 3일 만에 완판됐다. 하이랜드파크 12년산 싱글몰트 위스키 오크통에 약 11개월간 숙성시킨 이 제품은 당시 병당 2만원에 판매됐다.

2021년 겨울에는 샌프란시스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손잡고 '블루보틀 커피 에디션'을 선보였다. 버번 배럴에 6개월 이상 숙성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블루보틀의 대표 블렌드 '벨라 도노반'을 드라이 호핑 기법으로 더한 이 제품은 사전예약에만 1만1000명이 몰렸다. 750ml 샴페인 병 형태로 출시돼 GS25에서도 한정 수량을 판매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삐아프와 협업했다. '삐아프 아티장 쇼콜라티에 에디션'은 타히티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카카오를 더해 달콤한 풍미를 살렸다.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판매로 1~3차 예약이 모두 조기 마감됐다.

한울앤제주 관계자는 "배럴 시리즈는 매년 단 한 차례 소량으로 선보이는 한정 제품"이라며 "4캔 만원 균일가로 통일된 한국 맥주 시장에 다채로운 풍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제주맥주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38층에 위치한 '스카이뷰 포차'는 제최고층(169m)에서 제주맥주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그래픽=강지호 기자


제주 최고층 38층에서 즐기는 생맥주…그랜드 하얏트 '포차'

제주 여행 중 제주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양조장만이 아니다. 제주시 노형동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38층에 위치한 '스카이뷰 포차'는 제최고층(169m)에서 제주맥주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1,600개 올스위트 객실을 갖춘 제주 최대 규모 호텔이다. 38층 높이의 두 개 타워로 이뤄진 이곳에는 14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있으며, 그중 38층 스카이뷰 포차는 2021년 개장 직후 제주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38층에 오르면 파노라마 오션뷰가 펼쳐진다. 제주 앞바다는 물론 제주 도심, 제주공항 활주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한라산이, 저녁에는 제주 시내 야경과 바다 위 한치잡이배 불빛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는 제주맥주 생맥주와 함께 치킨, 해물파전, 낙지소면, 김치전, 육전, 골뱅이무침, 문어숙회 등 다양한 한식 포차 메뉴를 1만~3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모든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오픈키친에서 즉석 조리해 신선하게 제공된다.

38층 스카이뷰 포차에서는 테이블마다 비치된 태블릿 오더를 통해 제주위트에일 등 다채로운 맥주 라인업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사진=김병탁 기자


주류 라인업도 다양하다. 제주맥주 생맥주는 물론 한라산 소주, 제주 막걸리 등 제주 특산 주류를 판매한다.

스카이뷰 포차는 투숙객뿐 아니라 현지 직장인들도 퇴근 후 찾는 명소가 됐다. 5성급 호텔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점이 다양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말이면 자리를 잡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최근 그랜드 하얏트 제주를 방문한 한 중국인 여행 인플루언서는 "하얏트 38층 포차에서 제주맥주를 마시며 제주 야경을 감상하는 경험이 특별했다"며 "제주맥주의 다양한 플레이버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어 좋았고, 팔로워들에게도 제주 여행 시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56%(2023년 6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제주 해외 직항노선 확대로 아시아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스카이뷰 포차는 K-푸드와 제주맥주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관계자는 "38층 포차는 한국의 전통 포장마차 문화를 제주 최고층에서 모던하게 재해석한 공간"이라며 "제주맥주 생맥주와 제주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안주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 GS25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성산일출봉 에일과 제주 백록담 에일/사진=김병탁 기자


동문시장·GS25에서도…"제주 곳곳에서 만나는 제주맥주"

제주 동문시장 내 '돌코롬마켓'도 제주맥주를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이곳에서는 제주위트, 제주라거, 탐라에일 등 3종의 제주맥주 생맥주를 판매한다. 전통시장 분위기 속에서 제주 로컬 맥주를 마시는 경험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돌코롬마켓은 제주맥주가 직영하는 공간은 아니다. 동문시장 내 다른 매장에서 제주맥주 생맥주를 가져다 판매하는 형태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동문시장은 제주 여행 필수 코스인 만큼 그곳에서도 제주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도 제주 한정판 제주맥주를 만날 수 있다. GS25는 제주맥주와 협업해 '성산일출봉 에일'과 '제주 백록담 에일' 2종을 제주도 내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성산일출봉 에일은 독일 맥주 순수령 기준에 부합하게 만든 골든에일이다. 제주도의 맑은 물, 황금빛 맥아, 섬세한 홉이 어우러져 프리미엄 홉의 강한 풍미와 향을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는 5.1%다.

제주 백록담 에일은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을 첨가한 화이트 에일이다. 크리스탈 밀맥주로 맑은 개나리색을 띠며,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특징이다. 제주도의 맑은 물로 14일간 발효하고 특별한 여과 과정을 한 번 더 거쳐 깔끔한 바디감을 살렸다.

두 제품 모두 GS25 랜드마크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시됐다. GS25는 2018년 광화문, 2018년 제주 백록담, 2019년 경복궁에 이어 2020년 성산일출봉까지 한국의 랜드마크와 수제맥주를 연계하는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이 중 제주 백록담과 성산일출봉은 현재 제주도 GS25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제주 백록담 에일의 경우 2018년 9월 출시 직후 GS25 수제맥주 매출의 43.6%를 차지하며 카테고리 내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주누보/사진=한울앤제주


골프장·호텔 시그니처 맥주, 축제 논알콜까지…"제주 특화 전략 본격화"

제주맥주는 올해를 기점으로 제주 특화 전략을 더욱 강화한다. 제주도 내 골프장과 호텔 등과 협업해 각 장소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시그니처 맥주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인 방문객이 많은 제주도 특성을 고려해 중화권 입맛에 맞는 제품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율이 높은 만큼,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제주 지역 축제에도 적극 참여한다. 논알콜 맥주인 '제주누보'와 '제주누보망고'를 축제 현장에서 소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제주누보는 알코올이 없어 운전자나 임산부도 마실 수 있으며, 제주누보망고는 망고의 달콤한 풍미를 담아 젊은 층에게 인기다.

한울앤제주 관계자는 "외산 맥주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전국 유통보다는 '제주도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희소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제주도 대표 소주인 제주도 한라산과 함께 마실 수 있는 맥주 개발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맥주를 운영하는 한울앤제주는 3년간의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나선다. 올해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 달성을 목표로 ODM·OEM 사업과 제주 특화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의 재무제표는 가파른 개선세를 보이며 3년간 영업손실을 59% 개선했고,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과 제주 특화 상품 등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