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곡 정비보다 쉽다"…이 대통령이 참고할 文의 실패 교훈 '셋'
①공급 대신 '세금' 통한 수요억제 ②정책 일관성·연속성 부족 ③양도세 중과 '우회로' 손질 안해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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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망국적 행위로 규정하며 다주택자와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 가계 자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비정상적 구조를 깨고 주식시장 등 생산 금융으로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국민은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고 기업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이 성공하려면 과거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부동산 관련 메시지만 20차례 이상 내놨다.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이들이 집을 팔아 양도할 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조치를 오는 5월9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2022년 5월부터 약 3년9개월 간 유예됐던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엑스 게시물에서 "누군가 돈을 벌기 위해 살지도 않을 집을 사 모으는 바람에 주거용 집이 부족해 집값, 전월세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라 혼인·출생 거부,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 잃어버린 30년 추락 위험 등 온갖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면 투자·투기용 다주택을 불법이거나 심각하게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방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찬양하고 권장할 일이 못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연이은 부동산 메시지는 현재 경제구조에 대한 절박함의 표현이다.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에 달했다. 예금과 주식 등 금융자산은 24.2%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9534만원으로 대부분이 주택 관련 비용이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 부담은 가구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가계부채 확대 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과도한 팽창은 거품을 키워 국민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거품이 꺼지면 자산 가치는 하락하는 데 빚은 그대로 남는다. 국가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국가 경제의 역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주택+토지) 시가총액은 2000년 3064조원에서 2024년 1경9297조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676조원에서 2557조원으로 성장했다. 명목 GDP 대비 부동산 총액 비율이 무려 7.5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미국(약 3.5배)과 프랑스·스페인(약 4배)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행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 5000), 계곡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으냐"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3가지 반면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이듬해 신년사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유튜브 '평산책방TV'를 통해 "부동산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중 첫째 원인은 주택공급보다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에 집중한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세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에선 '매물 잠김'(Lock-in) 현상이 벌어져 집값이 폭등했다.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은 수요가 집중된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세금 동원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우선 세금 대신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 삼아 대출기한을 연장하는 등의 금융 혜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투자·투기용 주택으로 무주택 청년과 서민이 피해를 입으니 다주택자가 그에 상응하다는 부담을 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실패 원인은 정책 일관성 부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부동산 정책을 28차례 발표하며 시장의 피로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책의 신뢰성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시장의 학습 효과는 '버티면 해결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 다주택자를 적으로 규정해 성급한 정책이 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 양도세 중과(최대 62%)를 피하기 위해 증여를 선택토록 하는 구조를 설계한 점도 실책이다. 2018년 당시 증여 취득세율은 지역 불문 3.5%에 불과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증여 취득세율은 12%다. 2023년부터 도입된 '시가인정액'(실거래가 기준) 과세 체계까지 더해 세금 부담은 4배 이상 늘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세금을 활용한 부동산 문제 해결은 집값 상승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물이 늘면 급매물 장세가 형성될 수 있지만 대출규제로 거래 활성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을 전후해 일부 지역의 시세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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