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관세 판도에 부상한 품목관세 카드, 반도체업계 긴장
트럼프 행정부, 부족한 세수 충당 위해 반도체 중심으로 품목관세 확대 가능성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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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상호관세가 법적으로 무산되면서 반도체업계를 겨냥한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족한 세수 보전을 위해 품목별 관세 확대에 나설 수 있는 데다 과거 반도체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전례가 있어서다. 업계는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흐름 속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총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위법 판결에 손을 들었고 3명만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국가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고 이후 하루 만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 수준인 15%로 인상하겠단 입장을 나타냈다.
후속 조치 마련에도 총력을 다하겠단 구상이다. 현 15% 관세는 법적으로 최대 150일까지만 허용돼 연장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의회 협조 절차를 생략해온 것을 고려하면 자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대법원의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된 극히 반미적인 결정에 대해 철저하고 상세하며 완벽한 검토를 마쳤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새롭게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품목별 관세 대상을 확대하고, 이들의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기존 상호관세 축소·폐지로 부족해진 세수를 품목 관세로 보전하려고 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품목 관세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최대 100%의 품목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도 언급된 만큼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 대비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긴 했지만 명확한 관세율을 확정하지 못해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미국 행정부가 현지 생산 압박을 가하며 관세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연초에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100% 관세를 부담하거나 미국 내 생산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무역협상을 먼저 타결한 대만도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량에 비례해 품목관세 면제받는 데 합의했다.
법적 근거도 뒷받침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미국 연방대법원,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관세 위법 판결 상세 내용 및 평가' 참고자료를 통해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보면 대통령 포고문 및 부속서 조정만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대상 품목 확대나 관세율 인상이 가능하다"며 "백악관은 주요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반도체 및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확대·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는 만큼 신중한 태도로 대응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 현장에서 미국의 반도체 부과 가능성에 관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할 것 같고, 제가 미리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은 원팀이 돼 이런 문제들을 잘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미국 정부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3일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 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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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정연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