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회에선 대미투자특별법안을 논의할 여야 협의체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국민의힘·부산 남구)은 25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방식이 해결될때까지, 국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종료될 때까진 특위 회의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대한민국 대신 '이재명 대통령 살리기'를 선택했다"며 "정부·여당은 대미 관세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려는 야당을 무시한 채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구제법'이라 불리는 위헌적인 '사법개악 3법' 등을 일방 처리하는 등 국회 독재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국익과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뒤로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짓밟는 정부·여당의 이중적인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다만 국민의힘은 우리 국민과 기업,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초지일관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특위 진행을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등 쟁점 법안과 연계한다고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을)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익과 직결된 대미투자 특위까지 정쟁거리로 삼아 파행시키고 있다"며 "억지와 몽니를 넘어 공당으로서의 자격상실"이라고 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은 "한시가 급한 대미투자특위 가동을 가로막는 것은 국가경제 말살 시도이고 한미 관계를 파괴하려는 자해행위"라면서 "국민의힘이 반체제·반미정당이 돼버린 거냐"고 직격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만안구)도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글로벌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회가 할 일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이행해서 신뢰를 쌓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반대로 특위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조차도 하지 못했다"며 "분명히 의도성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나 여론의 반발을 유도해서 민주당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오히려 확신이 든다"고도 했다.

국회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간사(오른쪽)와 박수영 국민의힘 간사(왼쪽)가 지난 2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처리를위한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소위원회 구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다음달 3일까지 모든 상임위 활동을 중단하더라도 특위 활동기한인 다음달 9일까지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특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안 심사 시간 부족으로 졸속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 등을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주장한 전례에 비춰볼 때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거듭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enact)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나는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도 "내가 대통령으로서 가진 법적 권한을 고려하면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게 그들 (국가)에 훨씬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대법원의 유감스러운 개입 이전에 협상한 것과 같은 성공적인 길을 따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문제에서 기업의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대미투자특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면서도 "후속조치로 대미투자와 연계된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위한 법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유권자 64%가 관세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중간선거까지는 함부로 관세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대미 투자를 서두르는 게 합당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