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금리는 멈췄지만, 성장 기대는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다만 환율 변동성과 부동산·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경기 개선 기대와 금융시장 불안을 동시에 고려한 '속도 조절'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한은은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원 7명 만장 일치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환율 변동성과 부동산 시장 흐름, 가계부채 부담 등 금융안정 측면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메시지 영향으로 최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의 주간 상승폭은 전주대비 둔화했지만 과열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한은으로서는 당분간 금융안정 기조를 유지하며 통화정책의 신중 모드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한은의 고민거리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3.1원 내린 1429.4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1원 내린 1426.3원에 개장한 뒤 1420원 중반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은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 지속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으며, 수도권 주택가격은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면서도 "향후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성장률 전망치 2.0%로 상향 조정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1.8%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겠으나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고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세도 반도체 경기 호조 및 양호한 세계경제 성장세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1.8%)를 상회하는 2.0%를 나타낼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성장경로에는 반도체 경기 및 내수회복 속도,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및 미 관세정책, 지정학적 위험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부연했다.

함께 발표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2.2%로 조정했다. 1400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고환율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상방 압력과 내수 흐름 등을 고려해 물가 경로를 재점검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2.1%에서 2.0%로 조정해 제시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자기기 등 일부 품목의 비용상승 압력으로 지난해 11월 전망치(각각 2.1%, 2.0%)를 소폭 상회하는 2.2% 및 2.1%로 전망된다"며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 외 경기 흐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