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민간소비, 점진적 개선 국면 진입…회복 속도는 완만"
민간소비, 올해부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 진입
이예빈 기자
공유하기
한국은행이 최근 소비 회복 흐름과 관련해 "올해부터는 점진적 개선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과거 대비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와 금리 인하 효과 누적 등 우호적 여건이 형성되고 있지만, 소득·자산·기대 경로를 통한 소비 파급력은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은 2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現)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부진을 이어온 민간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반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내구재와 대면소비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최근 소비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2000년대 이후 민간소비 회복기는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글로벌 금융위기(2009~2011년), 팬데믹 이후(2021~2022년) 등과 같이 외생적 충격 이후 수요가 단기간 급반등하는 '위기 후 급반등형'과, 2004~2008년, 2017~2019년처럼 장기 부진 이후 거시 여건 개선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하는 '점진적 개선형'이다.
급반등형은 회복 진폭은 크지만 평균 지속 기간이 7분기 내외로 짧았고, 점진적 개선형은 속도는 완만하나 평균 12분기 이상 지속됐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까지의 소비 반등은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 부양책 등에 힘입은 '위기 후 급반등형' 성격이 강했다"면서도 "올해 이후에는 ▲금리 인하 효과 누적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 ▲증시 및 소비심리 호조 ▲정부 예산 확대 등 과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와 유사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소비 회복 흐름이 과거 급반등기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도체 중심 성장…소득 파급력은 약화
다만 이번 회복 국면이 과거와 다른 점도 적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우선 수출 확대가 가계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소득 경로'의 효과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자본집약도가 높고 수입의존도가 커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 2023년 고용표 기준 실제 반도체 부문 취업자 수는 전체의 0.3% 수준에 그친다.
반면 고용·생산 유발 효과가 큰 비 IT 부문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구조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출 증가의 과실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계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한계소비성향(MPC)은 약 12%로 전체 평균(약 18%)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될 경우 소비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효과도 제약…"주가 상승, 소비 0.5%p 효과 추정"
자산가격 경로 역시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다.부동산의 경우 자산가치 상승이 부채 확대를 동반하는 구조여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며 순 부의효과를 제약한다. 주식시장 호조도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가계의 주식·채권·펀드 자산에 대한 한계소비성향을 약 1%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를 지난해 10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분(약 2300조원)과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28%)에 적용하면, 증시 호조에 따른 올해 민간소비 제고 효과는 산술적으로 약 0.5%포인트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증시 변동성이 높은 데다, 주가 상승의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 파급효과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고소득층의 금융자산 한계소비성향은 약 0.8%로 평균을 소폭 하회한다.
또,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질수록 현재 소비의 기회비용이 확대돼 소비 대신 투자나 저축을 선택하는 경향도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대경로도 위축…가계 저축률 상승세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를 통해 현재 소비가 선행 확대되는 '기대 경로' 역시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단기 경기 전망은 개선됐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기 성장 둔화 우려 등 구조적 제약으로 가계의 장기 기대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가계는 경기 개선을 항구적 소득 증가로 보기보다 일시적 여건 개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소비 확대 대신 예비적 저축이나 부채 상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가계 순저축률은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했으며, 올해부터는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건 개선의 소비 파급경로가 과거 대비 약화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증가세는 과거 동일 유형의 회복기보다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와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되, 산업 구조 변화와 고령화, 자산·소득 집중도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양상이라는 진단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예빈 기자
안녕하세요. 이예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