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전운 고조로 글로벌 해상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유통·식음료·패션 기업들의 1분기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2026년 1분기 국내 유통·식음료(F&B)·패션뷰티 기업들의 경영 시계가 흐릿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인한 글로벌 해상 물류비 상승과 원부자재 수급 불안정이 현실화해서다. 업계는 외형 성장세는 유지하더라도 물류비와 원가 부담 가중으로 영업이익률이 훼손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과 이란 충돌로 가장 즉각적인 영향권에 든 곳은 중동 현지 사업 비중이 높거나 수출 의존도가 큰 K푸드 기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해외 매출의 일부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지의 대형 건설 현장과 산업단지에서 단체급식 사업을 운영 중인 탓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 사업장은 분쟁 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편이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현재로서는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확전될 경우 현지 물류망 통제 및 식자재 조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트·건설 현장 급식의 특성상 발주처의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 리스크다.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양식품은 2024년 약 500억원이었던 중동 매출이 2025년 66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미 2년 전부터 홍해 수에즈 운하 통과 불가로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노선을 이용 중이지만 이번 사태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다. 삼양식품은 해협 봉쇄 시 오만으로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 운송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품 유통기한과 재고 관리에 여유가 있어 즉각적인 타격은 없으나 중동 노선 중단 시 유럽 향 선복 감소와 해상 운임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물류비 증가는 판관비 부담으로 직결돼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농심과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들도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유가 급등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밀, 대두 등 주요 곡물 수입 단가가 해상 운임 상승과 연동돼 오를 경우 소재 식품 부문의 마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패션뷰티 업계, 국제 유가 변동에 원가 상승·물류 차질 우려

'포스트 차이나'로 중동 시장을 공략 중인 K뷰티 업계는 원가 상승과 초기 투자 비용 회수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중동 매출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화장품 용기와 원료의 기반이 되는 석유화학 연산품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로 인한 환율 변동성과 유가 상승이 원자재 수급 비용을 높일 수 있다"며 "확전 시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과 비용 부담 증가로 현지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 초기 투자금의 회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패션업계는 원자재 수급과 물류 차질에 따른 시즌 매출 영향 여부를 점검 중이다. 유럽산 고가 원단이나 제품은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선박 운송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와 고환율 기조가 원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캐시미어, 울 등 고급 원단은 공급처를 다변화해 단기적인 수급 차질은 없으나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비용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상 물류망 교란으로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된 봄여름(S/S) 신상품 입고가 지연될 경우 판매 적기를 놓쳐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