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생산적 금융'도 번호표 순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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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과 전체가 '국민성장펀드'에 매달렸습니다. 이제 추진단으로 넘겼지만 사실 다른 과제는 아직 구체화할 틈이 없었습니다."
최근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이 핵심 정책 기조로 부상하며 당국의 역량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민성장펀드 설계와 초기 세팅에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큰 틀을 잡아 추진단으로 넘긴 뒤에는 또 다른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책도 번호표 순서대로 굴러가는 모양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행정 효율을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 모든 토끼를 잡을 순 없어서다. 다만 새 현안이 연이어 쏟아지는 과정에서 정작 챙겨야 할 내실 있는 과제들이 손도 대지 못한 채 뒤로 밀리고 그 부담이 현장에 누적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낸 짙은 그늘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 영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술금융은 기술신용평가(TCB)를 기반으로 혁신·첨단기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로 담보가 부족한 유망 기업에겐 생명줄과 같다. TCB 체계를 고도화하고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낮출 정교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은 생산적 금융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 퍼즐이다.
정부의 독려 덕에 지난해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3년 만에 반등하며 외형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은행권에선 "숫자는 맞추고 있지만 리스크 분담 장치가 없어 적극적인 대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 과제를 점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잇따른 정책 과제 속에서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것을 추진해야 하는 실무진의 물리적 한계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혁신 기업을 키우겠다는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정작 그 핵심 엔진인 기업들에 대한 기술금융이 우선순위 밖에 밀려난 건 뼈아픈 대목이다.
정책은 발표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화려한 수식어를 담은 대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제도 설계 이후의 세밀한 조정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 작업이 필수적이다. 거대 담론의 설계만큼이나 중요한 건 이미 가동 중인 제도가 멈춰 서지 않게 기름을 치고 부품을 가는 일이다.
혁신 기업들이 당장 원하는 건 기술력 하나로 금융의 문턱을 넘게 해주는 '디테일의 완성'이다. 이제는 번호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청사진은 이미 충분하다.
최근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이 핵심 정책 기조로 부상하며 당국의 역량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민성장펀드 설계와 초기 세팅에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큰 틀을 잡아 추진단으로 넘긴 뒤에는 또 다른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책도 번호표 순서대로 굴러가는 모양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행정 효율을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 모든 토끼를 잡을 순 없어서다. 다만 새 현안이 연이어 쏟아지는 과정에서 정작 챙겨야 할 내실 있는 과제들이 손도 대지 못한 채 뒤로 밀리고 그 부담이 현장에 누적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낸 짙은 그늘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 영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술금융은 기술신용평가(TCB)를 기반으로 혁신·첨단기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로 담보가 부족한 유망 기업에겐 생명줄과 같다. TCB 체계를 고도화하고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낮출 정교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은 생산적 금융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 퍼즐이다.
정부의 독려 덕에 지난해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3년 만에 반등하며 외형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은행권에선 "숫자는 맞추고 있지만 리스크 분담 장치가 없어 적극적인 대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 과제를 점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잇따른 정책 과제 속에서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것을 추진해야 하는 실무진의 물리적 한계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혁신 기업을 키우겠다는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정작 그 핵심 엔진인 기업들에 대한 기술금융이 우선순위 밖에 밀려난 건 뼈아픈 대목이다.
정책은 발표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화려한 수식어를 담은 대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제도 설계 이후의 세밀한 조정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 작업이 필수적이다. 거대 담론의 설계만큼이나 중요한 건 이미 가동 중인 제도가 멈춰 서지 않게 기름을 치고 부품을 가는 일이다.
혁신 기업들이 당장 원하는 건 기술력 하나로 금융의 문턱을 넘게 해주는 '디테일의 완성'이다. 이제는 번호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청사진은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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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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