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정조준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압박해왔으나,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호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3명 중 6명만 교체되면서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요구가 무색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총 23명이다. 그러나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실제 교체되는 인원은 단 6명으로 교체율은 26% 수준에 머무를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임기 만료 8명 중 단 1명(12.5%)만 교체했으며, KB금융 역시 임기 만료 5명 중 1명(20%)만 교체했다.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 7명 중 2명(28.6%)을 교체했다. 우리금융은 임기 만료 3명 중 2명(66.7%)을 각각 교체하며 4대 금융지주 중 교체비율이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학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을 소폭 줄이고 현장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일부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기존 이사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 수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융지주의 인사에 대해 외형적인 인적 쇄신 여부를 넘어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인 투명성을 엄중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교체 여부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교체되지 않고 남은 인물들과 새로 선임된 인물들의 전문성, 그리고 이사회 전체 구성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 역시 "사외이사를 몇% 교체하느냐 그 자체 보다는 부적격한 이사를 골라내는 평가체계가 잘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사의 다양성·전문성·독립성 등 현재 모범관행이 잘 작동하는지, 보완할 부분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선임된 이사들이 과연 거수기 역할을 탈피할 실질적 전문성이 있는지, 혹은 경영진과의 유착 관계가 없는지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들은 최고경영자(CEO) 장기 재임과 사외이사 연속 선임을 경영 안정성과 연속성으로 설명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지배구조 선진화를 가로막는 '참호 구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국은 금융지주 CEO의 장기 연임 구조를 두고 '이사회 참호 구축', '셀프 연임'이라며 수차례 비판해 왔다. 지배구조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경고도 반복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한 이후 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검사·제도개선 작업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당국이 들여다보는 카드 가운데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현재 주주총회 일반결의로 처리되는 CEO 연임 안건을 특별결의로 바꾸는 방안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특별결의는 주식 총수 3분의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해 결과적으로 주주 통제권이 강화되는 구조다.

또 사외이사 임기 3년 단임제 전환도 살펴본다. 사외이사 장기 재임이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국 CEO 연임과 맞물려 닫힌 이사회를 고착화한다는 문제의식이 이어지면서다.

입법 움직임도 맞물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더불어민주당·경기 평택시병) 의원은 CEO 연임 시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규제·감독과 입법이 동시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특별결의 선제 도입에는 대체로 선을 그었다.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만 CEO 3연임 안건에 대해 일반결의가 아닌 특별결의 적용으로 의결 기준을 격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지배구조 개선 논의와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라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금융지주사 중 선제적으로 주주통제장치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달까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법률개정이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은 이를 반영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