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안 믿었죠. 보험으로 돈을 번다고 하니 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설계사가 요즘처럼 고환율 시기엔 달러보험이 대세라고 하더군요. 속는 셈 치고 최근 20년 만기 상품에 가입했어요. 요즘 환율뉴스를 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져요.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드네요."


최근 기자와 만난 지인의 이야기다. 개인·기업이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 일종의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수령이 모두 미국달러로 이뤄진다. 최근 혼잡한 중동정세 등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큰 변동폭을 보이자 환차익을 노린 소비자는 달러보험으로 자산증식을 꾀하는 중이다.

이같은 배경엔 '뉴노멀'이 된 고환율 시대가 자리잡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언젠간 계속 오를 것'이란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개인자산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안전화폐로 인정받는 달러 관련 상품이라면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기엔 더 쉽다.


달러보험은 주로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올해 1~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된 달러보험 판매액은 3297억원으로 전년 동기(2262억원) 대비 64.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은 1조73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에서 직접 판매한 수치를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은퇴 후 인생 '제2막'을 꿈꾸는 이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달러보험 일시납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를 보유해야 해 자본을 갖춘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가입이 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젋은층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월납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은 일시납을 위주로 가입률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달러보험 매입은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달러가 저렴할 때 미리 사둬 수익을 올리려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판매현장에서 발생한다.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환테크 목적이 아닌 장기상품이다. 장기상품 특성상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환차익에만 집중한 불완전판매가 최근 성행하고 있어 의가 필요하다.

"가입 10년 후 해지 시 124%의 수익이 날 수 있다는 말로 현혹했다."
"연금·종신보험이란 상품 특성과 달리 환테크를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계약을 유도했다."
"환율이 오르면 추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했으나 중도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50%도 되지 않는 것을 가입 후에야 알았다."


실제 금융당국에 접수된 달러보험 관련 민원들이다. 공통적인 건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환차익만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달러보험 취급 보험사 임원을 소집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자체 점검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에서 제출한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향후 현장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개인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소비자보호를 재차 강조하고 있으나 무작정 이들을 지켜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앞만 보고 뛰진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붙이면, 이를 잘 확인하고 천천히 뛸 때도 필요한 시점이다.
유찬우 동행미디어 시대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