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치 상향, 2주도 안됐는데"…성장률 전망치 다시 하향조정되나
경제성장률 최소 0.3%포인트 하락 예상
원유의존도 낮추기 위해 경제·산업 구조 재편 필요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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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한 해 유가 하락을 전제로 상향 조정됐던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된지 채 2개월도 안돼서 재차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9일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국제 정세 흐름을 지켜보고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4월10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위)에서 점검 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 그 배경엔 '유가 배럴당 64달러' 가정
앞서 지난 2월26일 한국은행은 '2026년 2월 경제전망'에서 "국제유가(브렌트유)는 최근 미·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상당폭 상승하고 있으나 연중으로는 초과공급 상황이 이어지며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배럴당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각각 64달러, 65달러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도 2.0%로 상향조정됐다. 지난해 11월에 1.8%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개월만에 상향조정됐었다.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2월 발간한 '2026년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유가가 소폭 반등했으나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배럴당 64달러를 전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치(1.8%) 대비 0.1%포인트 높은 1.9%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당시 전망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비와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각) 미국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20% 상승해 배럴당 111.0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초기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22.4% 오른 111.24달러에 거래됐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인 반면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배럴/국내총생산(GDP)1만달러)는 5.63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최근의 고유가 흐름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 쉽게 노출되고 수입 비용 증가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가 100달러시 성장률 0.3%p 하락, 150달러땐 최소 0.8%p 하락"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 경로 역시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나타나고 있어 경제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졌다"고 했다.현대경제연구원이 이달 3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관적 시나리오인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가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도 26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오일 쇼크 시나리오인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최소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는 767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원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경제·산업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오일 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비용요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물가 안정과 실물 경기 회복을 모두 고려하는 신중한 거시경제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서민 체감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 불안 우려 품목에 대한 선제적 수입물량 확대와 유통과정의 불합리 요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 구축과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미-이란 강대강 대치, 불안한 유가 흐름 지속
중동 정세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지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테헤란에서는 강경파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하메네이의 아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중동 지역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조선들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꺼리면서 시장에서는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는 여전히 중동산 석유와 천연가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집중적으로 공급되는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한 뒤 분쟁이 조기에 완화되면서 다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확하고 결정적인 정치적 해결이 없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중반까지 배렬당 80달러 수준의 높은 가격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율 기준 0.6%포인트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율 기준 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도"
특히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WTI(미국서부텍사스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평균 약 0.27%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월평균 9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경우 전년 대비 상승폭이 25~40%에 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일각에선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일 경우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투자 은행 JP모건은 중동 지역에서 전면전이 발생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경우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정상적인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약 25일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에는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지역 원유 생산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공식적인 봉쇄는 아니지만 안전 우려와 보험 문제 등으로 선박 통행량이 약 70% 감소하면서 사실상 '비공식 봉쇄'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 약 2000만~21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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