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글로벌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9일 강민주 ING은행 이코노미스트. /사진=이예빈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글로벌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9일 강민주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2026년 3월 K-SURE 외환포럼'에서 중동 사태의 핵심 변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와 지속 기간을 꼽았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통행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 상승과 함께 글로벌 물가 압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기본 시나리오는 해협 봉쇄가 장기간 이어지기보다는 일정 기간 이후 통행이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상황이다. 약 2주간 통행이 전면 중단된 뒤 이후 50%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글로벌 경기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역시 단기 급등 가능성은 있지만 구조적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1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통행 재개 신호가 나타나면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면 유가도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것"이라며 "다만 생산과 저장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어 실제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개인 투자자의 해외자산 투자 증가 등 자본 유출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증시에 유입될 유인도 여전히 많다"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역시 원화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450~155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까지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성장 흐름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이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수출이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가 상승만으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거시 환경 역시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미국 경제는 관세 인상과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가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동시장 둔화와 주거비 상승세 완화 등이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연내 두 차례 정도, 9월과 11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달러 약세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선호가 여전히 강한 만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