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 증가폭이 GDP를 웃돌았다. 사진은 지난 6일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를 기록했지만 국민소득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반도체 가격 흐름과 글로벌 경기 등 변수에 따라 이러한 교역조건 개선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5241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6855달러로 전년 대비 0.3% 늘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4.3%에 달하면서 달러 기준 증가폭은 제한됐다.


지난해 4분기에도 국민소득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소폭 웃돌았다. 4분기 명목 국민총소득은 전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명목 GDP는 3.9% 늘었다. 이는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8조원에서 9조원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노동·자본 등을 제공해 번 소득(수취)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소득(지급)을 뺀 차액을 뜻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4분기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임금 증가와 함께 이자·배당소득 등이 전 분기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국민소득 증가폭은 GDP를 웃돌았다.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은 전년 대비 2.2%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1.0%)을 상회했다. GDP가 국내 생산을 의미하는 반면 GNI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국외소득이 늘거나 교역조건이 개선될 경우 GNI 증가율이 GDP를 웃돌 수 있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32조3000억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반도체 등 수출 가격 상승률이 기계·장비 등 수입 가격 상승률보다 더 크게 나타나면서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과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1.7% 증가했다.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9.5% 감소했다. 제조업은 반도체 등 IT 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폭은 2.0%로 전년보다 축소됐다.

지출 측면에서는 민간소비가 재화와 서비스 소비 증가에 힘입어 1.3% 늘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확대 등을 중심으로 3.0%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2.0% 증가했지만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건설 부진으로 9.8%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4.2% 증가했고 수입은 기계 및 장비, 1차 금속 등을 중심으로 3.8% 늘었다.

다만 지난해 국민소득 증가를 이끌었던 교역조건 개선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환율 변동성 확대, 반도체 가격 흐름 등이 향후 대외 교역 여건을 좌우할 변수로 지목된다.

최근 한국 수출은 반도체 업황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최근 수출 경기 호조가 반도체 업황에 크게 힘입은 결과이며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향후 경기 흐름 역시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유 수입 가격, 자동차 수출입 가격 등 변수들이 많아 향후 교역조건 흐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올해는 글로벌 경기와 주요 수출 품목 가격 움직임에 따라 대외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