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금고' 강제 해체… 소각 도미노 시작됐다
10일 삼성전자 17조4445억원·SK 4조8343억원 소각 결정
대형주·중소형주 가리지 않고 소각 공시 봇물
김병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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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십 년간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쌓여온 자사주가 강제로 풀려나고 있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보통주(7335만9314주)와 우선주(1360만3461주)를 포함해 약 17조444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올 상반기 내 소각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같은 날 SK도 1469만2601주(약 4조8343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내년 1월까지 소각하겠다고 결정했따.
이러한 '소각 랠리'는 체급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됐다. 코스피 중소형주인 시프트업(101억원)과 에스디바이오센서(73억원)가 동참했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사람인(131억원), 펄어비스(156억원), 에이텍모빌리티(23억원), 저스템(8억원) 등이 줄지어 공시를 냈다. 기업의 시가총액과 속한 업종은 저마다 달랐지만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향한 방향성만큼은 하나로 일치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행보는 2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중심의 제3차 상법 개정안이 발단이 됐다. 해당 법안이 지난 3월6일 공포와 동시에 즉시 발효됨에 따라, 기업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마법' 봉인 해제…이제는 자사주 쥐고 있으면 이제 벌금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1년 이내에, 기존 보유분은 최대 1년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만약 자사주를 유지하려면 이사 전원이 서명한 '자사주 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사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자사주를 합병이나 분할 시 신주 배정에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던 이른바 '자사주 마법'도 원천 차단됐다.그간 자사주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대량 보유해 실질 지분율을 높이거나,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수년간 이어온 이러한 관행의 고리는 강제로 끊기게 됐다.
이처럼 법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기업들이 유예기간조차 기다리지 않고 소각을 서두르는 결정적 배경에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3월 주총 시즌'에 있다. 기업 입장에선 강화된 상법에 떠밀려 소각하기보다, 주총 전 선제적 소각을 발표함으로써 '자발적인 주주 환원 의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편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소각 랠리는 주주들의 실질 수익률과 직결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코스닥은 '소외' 속 숨은 기회 될 수도
이번 자사주 소각 랠리에서 가자 주목받는 섹터는 지주회사다. 그간 지주사는 자사주를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해 왔다는 비판을 받으며 고질적인 주가 저평가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소각이 단행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즉각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만성적이었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을 구조적으로 좁히는 계기가 된다.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을 통한 지주사 재평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실제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SK는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24.8% 중 20.3%를 소각해 잔여 물량을 5.7% 수준까지 대폭 낮출 계획이다. 소각이 완료되면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는 기존 7250만주에서 5781만주로 줄어든다.
이런 기대 심리 덕분에 소각 결정 다음날인 11일 SK 주가는 장 초반 6%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소각의 온기가 시장 전반에 고르게 퍼질지는 미지수다. 강제 소각 대상인 자사주 규모가 코스피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반면, 코스닥은 1조7000억원에 불과해 10배 이상의 격차가 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자사주를 방어막으로 쌓아온 주체가 대형주 위주인 만큼, 이번 흐름이 자칫 '코스피만의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규모의 한계에도 투자 매력 측면에서는 코스닥이 오히려 '알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 특성상, 적은 금액의 소각만으로도 발행주식 총수 대비 비중이 커져 주당순이익 개선 효과가 코스피 대형주보다 훨씬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자사주는 묻어두면 이득이 되는 자산이 아니라 기한을 넘기면 과태료를 무는 부담이 됐다"며 "총주주환원율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이 이번 주총 이후 더욱 유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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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탁 기자
안녕하세요 시대 김병탁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