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VIEW] 호르무즈, '에너지 인질극' 현장이 된 까닭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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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12일 처음으로 낸 메시지에서 호즈무즈 해협의 봉쇄 지속을 천명하면서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지정학적 요충지로 글로벌 에너지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막히면 세계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방송 진행자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레버리지는 반드시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적이 취약한 다른 전선들도 개척했으며 판단에 따라 이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의 군사·경제적 가치와 봉쇄의 안팎, 그리고 미래 전망을 살펴본다.
우회 파이프라인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동서 167㎞, 남북 39~96㎞의 좁은 수로로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아랍에미리트(UAE)로 둘러싸였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20%가 수송되며, 특히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경제 대국으로선 수입하는 원유·천연가스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는 혈맥이다. 전 세계 매장확인 원유의 ⅓과 가스의 ⅔가 묻힌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서 에너지가 외부로 수송되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하지만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는 속담처럼 호르무즈가 막혀도 어느 정도 틈새는 있다. 바로 우회 파이프라인이다.
사실 중동 주요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오래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막대한 경비를 들여 우회 인프라를 준비해뒀다. 사우디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생산한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대비한 우회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유전지대 대부분은 이란에서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200㎞ 정도 떨어진 지역에 몰려있다. 산유국인 바레인과 세계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인 카타르와도 가깝다. 이곳에서 해상을 통해 에너지를 해외에 내보내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는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의 아브카이크 유전지대와 서부 홍해연안의 얀부 항구를 잇는 길이 1201㎞, 직경 1.20m의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을 2차로로 건설했다. 수송능력 하루 500만 배럴로 1982년 1차 가동을 시작해 물량을 점차 늘려왔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3월 11일 하루 700만 배럴의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사우디는 이웃 작은 섬나라인 산유국 바레인과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UAE도 2008년 우회 파이프라인 건설에 들어가 2012년 완성해 가동 중이다. 수도 아부다비 인근 합샨 유전에서 호르무즈 해협 동쪽의 오만만 연안항구 푸자이라를 잇는 '합샨-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이 그것이다. 수송능력이 하루 150만 배럴이다. 이와는 별도로 푸자이라 터미널은 4200만 배럴의 원유 저장능력을 자랑한다. 지정학적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석유 수출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얼마 전 UAE가 한국과 공급에 합의한 600만 배럴의 원유는 푸자이라에서 선적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의 '벼랑끝 전술'
특이한 점은 이란이 그동안 전쟁과 경제제재를 겪을 때마다 봉쇄를 위협했지만 실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양국은 서로 상대방 유조선의 운항과 석유 수출을 방해하는 '탱커 전쟁'을 벌이며 으르렁거렸음에도 해협을 틀어막지는 않았다. 서로 손해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란은 2012년 5월 서방 국가들이 핵개발 중단을 압박하며 석유수출을 제한했을 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7월 '이란산 원유수출 제로' 정책을 압박했을 당시 봉쇄를 위협했지만, 해협을 지나는 몇몇 선박을 나포했을 뿐 봉쇄에 이르진 않았다. 이랬던 이란이 이번에 봉쇄에 나선 것은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산업생산 여력이 많지 않고, 국제적으로 일부 대리세력 외에는 동맹이 거의 없는 자력갱생·고립무원의 이란으로선 더 물러서거나 훗날을 기약할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덩치 큰 미국 군함 힘쓰기 쉽지 않은 좁고 얕은 바다
그렇다면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대로 군사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문제는 이 바다의 특성이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의 로버트 스트라우스 국제 안보·법률 연구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수심은 통상 60~100m이다. 이란에 가까운 해협 북쪽은 더욱 얕아 25m에 불과한 해역도 있다. 반면 오만과 UAE 쪽에는 깊이가 200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이는 페르시아만의 평균 수심인 50m보다 깊다. 이 정도라면 대형유조선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
문제는 군함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전가능 여부다. 가장 문제는 잠수함이다. 미 해군 공격용 잠수함은 전체가 핵추진 대형함이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급은 6082~6935t, 시울프급이 8600~9238t, 버지니아급은 7900~1만200t에 이를 정도다. 좁고 얕은 호르무즈 해협에선 잠수함의 장점인 은밀성·생존성·지속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77척에 이르는 미 해군 구축함은 대함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지스 전투시스템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등 정밀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74척의 알레이버크급의 만재배수량은 8300~9700t. 4척이 있는 줌왈트급은 1만5656t에 이를 정도로 대형이다. 해협에 가까운 육지에서 날아오는 저가의 드론은 물론 다연장 로켓이나 포탄에도 취약할 수 있다.
이란 해군이 보유한 수중배수량 3000~4000t의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도 작전이 용이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대 잠수심도 300m에 작전심도가 240~250m라 호르무즈에선 작전이 어렵다. 얕게 잠수하면 잠수함 수색과 대잠전을 수행하는 해상초계기와 대잠헬기에 의해 발각돼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미군은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 항로를 열어주는 소해함(기뢰제거함)도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1312t의 어벤저급 소해정 4척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동맹국에 기뢰제거 함선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다. 이런 '수익자 부담' 요청이 있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한국·일본·인도로선 거절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취약한 다른 전선'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홍해? 수에즈?
모즈타바의 메시지에서 눈길이 가는 또 다른 대목이 "적이 취약한 다른 전선도 개척했다"는 내용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 '전선'의 하나가 아라비아 반도 서부 아덴만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폭 26㎞의 좁은 수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홍해를 지나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수로인 수에즈 운하로 이어진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는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의 제조업 국가의 상품이 유럽·북아프리카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이란 타격에 급급한 미국이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한국의 청해부대 등을 수출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의 물류 보호 작전에 동참하도록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군, AI·드론 동원한 테크노전 펼칠 수도
주목되는 것은 미 해군이 2021년 9월 바레인에서 창설한 태스크포스59(TF59)다. 공교롭게도 현재 미군에서 이란 공격을 주도하는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해군 4성 제독)이 바레인을 본부로 삼고 있는 제5함대사령관으로 재임 중일 때 만든 미래전·기술전 주도 조직이다.
미군에서 발행하는 '해군뉴스'에 따르면 TF59의 창설 목적은 드론·무인수상정 등 무인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합해 해상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 해군 제5함대는 호르무즈해협과 이 해협의 서쪽인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동쪽인 오만만과 인도양 일부, 후티 반군이 남쪽 입구를 위협하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 등을 관할한다. 이에 따라 중동의 특수한 환경 아래에서 미래 해상작전 방식을 혁신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TF59는 무인시스템을 서로 촘촘하게 연결해 공중·해상·지상의 다영역 작전구간에서 이미지 등 작전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게 해주는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가 이란이 북쪽 해안을 장악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대리세력인 후티 반군이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에 맞설 대비를 상당히 갖췄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그 자체만으로는 전쟁 전체의 방향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
아무리 우회 파이프라인이 있어도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막히면 아시아 국가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조건이 좋지 않을 때 비교적 오염이 적은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에 자칫 인류 미래가 걸린 기후협약의 이행까지 정면으로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협상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란 속담이 지금처럼 절실할 때도 없다.
우회 파이프라인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동서 167㎞, 남북 39~96㎞의 좁은 수로로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아랍에미리트(UAE)로 둘러싸였다. 전 세계 에너지의 약 20%가 수송되며, 특히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경제 대국으로선 수입하는 원유·천연가스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는 혈맥이다. 전 세계 매장확인 원유의 ⅓과 가스의 ⅔가 묻힌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서 에너지가 외부로 수송되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하지만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는 속담처럼 호르무즈가 막혀도 어느 정도 틈새는 있다. 바로 우회 파이프라인이다.
사실 중동 주요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오래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막대한 경비를 들여 우회 인프라를 준비해뒀다. 사우디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생산한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대비한 우회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유전지대 대부분은 이란에서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200㎞ 정도 떨어진 지역에 몰려있다. 산유국인 바레인과 세계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인 카타르와도 가깝다. 이곳에서 해상을 통해 에너지를 해외에 내보내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는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의 아브카이크 유전지대와 서부 홍해연안의 얀부 항구를 잇는 길이 1201㎞, 직경 1.20m의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을 2차로로 건설했다. 수송능력 하루 500만 배럴로 1982년 1차 가동을 시작해 물량을 점차 늘려왔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3월 11일 하루 700만 배럴의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사우디는 이웃 작은 섬나라인 산유국 바레인과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UAE도 2008년 우회 파이프라인 건설에 들어가 2012년 완성해 가동 중이다. 수도 아부다비 인근 합샨 유전에서 호르무즈 해협 동쪽의 오만만 연안항구 푸자이라를 잇는 '합샨-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이 그것이다. 수송능력이 하루 150만 배럴이다. 이와는 별도로 푸자이라 터미널은 4200만 배럴의 원유 저장능력을 자랑한다. 지정학적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석유 수출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다. 얼마 전 UAE가 한국과 공급에 합의한 600만 배럴의 원유는 푸자이라에서 선적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의 '벼랑끝 전술'
특이한 점은 이란이 그동안 전쟁과 경제제재를 겪을 때마다 봉쇄를 위협했지만 실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양국은 서로 상대방 유조선의 운항과 석유 수출을 방해하는 '탱커 전쟁'을 벌이며 으르렁거렸음에도 해협을 틀어막지는 않았다. 서로 손해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란은 2012년 5월 서방 국가들이 핵개발 중단을 압박하며 석유수출을 제한했을 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7월 '이란산 원유수출 제로' 정책을 압박했을 당시 봉쇄를 위협했지만, 해협을 지나는 몇몇 선박을 나포했을 뿐 봉쇄에 이르진 않았다. 이랬던 이란이 이번에 봉쇄에 나선 것은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산업생산 여력이 많지 않고, 국제적으로 일부 대리세력 외에는 동맹이 거의 없는 자력갱생·고립무원의 이란으로선 더 물러서거나 훗날을 기약할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덩치 큰 미국 군함 힘쓰기 쉽지 않은 좁고 얕은 바다
그렇다면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대로 군사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문제는 이 바다의 특성이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의 로버트 스트라우스 국제 안보·법률 연구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수심은 통상 60~100m이다. 이란에 가까운 해협 북쪽은 더욱 얕아 25m에 불과한 해역도 있다. 반면 오만과 UAE 쪽에는 깊이가 200m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이는 페르시아만의 평균 수심인 50m보다 깊다. 이 정도라면 대형유조선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
문제는 군함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전가능 여부다. 가장 문제는 잠수함이다. 미 해군 공격용 잠수함은 전체가 핵추진 대형함이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급은 6082~6935t, 시울프급이 8600~9238t, 버지니아급은 7900~1만200t에 이를 정도다. 좁고 얕은 호르무즈 해협에선 잠수함의 장점인 은밀성·생존성·지속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77척에 이르는 미 해군 구축함은 대함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지스 전투시스템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등 정밀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74척의 알레이버크급의 만재배수량은 8300~9700t. 4척이 있는 줌왈트급은 1만5656t에 이를 정도로 대형이다. 해협에 가까운 육지에서 날아오는 저가의 드론은 물론 다연장 로켓이나 포탄에도 취약할 수 있다.
이란 해군이 보유한 수중배수량 3000~4000t의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도 작전이 용이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대 잠수심도 300m에 작전심도가 240~250m라 호르무즈에선 작전이 어렵다. 얕게 잠수하면 잠수함 수색과 대잠전을 수행하는 해상초계기와 대잠헬기에 의해 발각돼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미군은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 항로를 열어주는 소해함(기뢰제거함)도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1312t의 어벤저급 소해정 4척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동맹국에 기뢰제거 함선 파병을 요구할 가능성이다. 이런 '수익자 부담' 요청이 있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한국·일본·인도로선 거절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취약한 다른 전선'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홍해? 수에즈?
모즈타바의 메시지에서 눈길이 가는 또 다른 대목이 "적이 취약한 다른 전선도 개척했다"는 내용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 '전선'의 하나가 아라비아 반도 서부 아덴만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폭 26㎞의 좁은 수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홍해를 지나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수로인 수에즈 운하로 이어진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는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의 제조업 국가의 상품이 유럽·북아프리카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이란 타격에 급급한 미국이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한국의 청해부대 등을 수출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의 물류 보호 작전에 동참하도록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군, AI·드론 동원한 테크노전 펼칠 수도
주목되는 것은 미 해군이 2021년 9월 바레인에서 창설한 태스크포스59(TF59)다. 공교롭게도 현재 미군에서 이란 공격을 주도하는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해군 4성 제독)이 바레인을 본부로 삼고 있는 제5함대사령관으로 재임 중일 때 만든 미래전·기술전 주도 조직이다.
미군에서 발행하는 '해군뉴스'에 따르면 TF59의 창설 목적은 드론·무인수상정 등 무인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합해 해상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 해군 제5함대는 호르무즈해협과 이 해협의 서쪽인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동쪽인 오만만과 인도양 일부, 후티 반군이 남쪽 입구를 위협하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 등을 관할한다. 이에 따라 중동의 특수한 환경 아래에서 미래 해상작전 방식을 혁신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TF59는 무인시스템을 서로 촘촘하게 연결해 공중·해상·지상의 다영역 작전구간에서 이미지 등 작전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게 해주는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가 이란이 북쪽 해안을 장악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대리세력인 후티 반군이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에 맞설 대비를 상당히 갖췄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그 자체만으로는 전쟁 전체의 방향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
아무리 우회 파이프라인이 있어도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막히면 아시아 국가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조건이 좋지 않을 때 비교적 오염이 적은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에 자칫 인류 미래가 걸린 기후협약의 이행까지 정면으로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협상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란 속담이 지금처럼 절실할 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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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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