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20일 주최한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서로간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김병탁 기자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폭발했다.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증권사, 노동계,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설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가 주관한 이날 간담회는 거래소의 프리마켓 개설 방침이 오는 9월 14일로 확정된 가운데,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이 얼마나 첨예한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거래소 "24시간 체계 향한 필수 중간 단계"

한국거래소 측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를 근거로 거래시간 연장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거래소 진동화 본부장은 "올해 하반기 미국 NYSE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며, 이는 아시아 유동성 흡수를 명시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시장만 기존 6시간 30분 체계를 유지하면 해외 투자자의 한국 투자는 제약되고 한국 투자자의 해외 투자 기회는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비대칭 상황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또 업계 의견을 반영해 당초 6월 29일이던 시행 시기를 9월 14일로 연기하고, 프리마켓 운영 시간도 10분 축소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전 회원사 개별 면담과 임원급 간담회 3차례, 노조와의 공식 협의 3차례를 거쳤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노조 "소통 흉내만… 6월 29일 일정 변경 불가 못 박아 놓고"

그러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이창욱 증권업종 본부장은 거래소의 이 같은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회원사 개별 면담 때 이미 '6월 29일 일정 변경 안 된다, 원보드 구축 안 된다'고 못 박아 놓고 시작했다"며 "그게 소통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특히 시스템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트레이드(NXT)는 '원보드 시스템'으로 주문이 프리마켓부터 정규장·애프터마켓까지 자동 연결되는 반면, 거래소는 '3보드 시스템'이어서 프리마켓 미체결 주문이 정규장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7시에 낸 주문이 왜 자동 취소되는지 혼란에 빠질 게 뻔하다"며 "이걸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건 거래소 점유율 만회를 위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거래 시간을 연장할수록 기관과 외국인은 인프라가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없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화될 게 명백한데 아무런 대안 없이 시간만 늘리는 건 개인 투자자를 카지노 판으로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확대 계획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고, 시장 경쟁력 확보와 함께 현장 노동자의 건강권과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은 김승원 의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사 "시스템 개발 일정 겹쳐… 7시 시작은 현실과 동떨어져"

증권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KB증권 이동민 본부장은 "3월 IRA 계좌 오픈, 4월 BDC 상품 출시, 6월 파생 제도 개선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9월까지 프리마켓 시스템까지 개발하는 건 일정이 타이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ETF LP 운영을 위해서는 파생시장 개장 전 2시간 이른 출근이 필요한데, 7시 프리마켓이라면 사실상 새벽 5시 출근"이라고 꼬집었다.


유진투자증권 노진만 본부장은 "NXT는 미체결 주문이 본장으로 연장되는데 거래소는 안 된다. 이 차이를 어떻게 고객에게 설명할지 증권사마다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대표해 발언한 다이와증권 이영섭 부문장은 "외국계는 이런 대규모 변경에 예산과 인력 승인을 받는 데만 통상 1년이 필요하다"며 "재량권을 준다고 했지만 한 곳이라도 먼저 프리마켓에 참여하면 나머지도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글로벌 정합성이 지고지순한 가치 아냐"

노조 측은 거래소의 논리 자체를 부정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이나연 부위원장은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결국 이윤이고, 이는 거시경제와 개별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거래시간 연장은 거시적·미시적 요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순 운영 방안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 참석자는 "거래소는 민간 기업이면서 자본시장법에 따라 위임받은 감시·감리 기능을 무기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금융 선진화를 원한다면 감시 기능을 분리하고 대체거래소와 공정하게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안영기 사무관은 "거래시간 연장이 글로벌 정합성 차원에서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시장 안정이 중요하고, 업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오늘 더 생생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추가 협의의 여지를 남겼다.

이날 김승원 의원은 "이해관계가 이렇게 첨예하게 갈리는 현장은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거래소 원보드 시스템 개발 비용과 일정, 24시간 로드맵 등에 대해 의원실 차원에서도 연구용역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소통의 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