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중동 전쟁 격화에 석화업계 '셧다운' 시작
LG화학 여수 NCC 2공장 가동 중단…업계 확산 우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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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커진다.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부터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80만 톤 규모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한 데 따른 조치이다.
여천NCC도 NCC 가동률이 떨어지자 국내 석화업계 최초로 고객사들에게 공급 차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엔 생산량을 조정하기 위해 14만톤 규모의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제품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핵심 원료다. 국내 석화기업들이 사용하는 나프타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물량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나프타 가격은 빠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나프타 거래 가격은 이란 사태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 톤당 633달러에서 지난 20일 약 93% 급등한 1141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석화기업들은 나프타 수급 차질이 발생하자 그동안 가동률을 최저 수준인 60%대로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해왔으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결국 가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석화기업의 나프타 재고 분량은 통상 2주치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대형 공장의 추가적인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황 자체가 부진한 가운데 예기치 못한 중동 전쟁 리스크까지 겹치며 석화업계는 올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에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4사의 1분기 영업손실은 2901억원으로 전년(4713억원)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업체는 나프타 크래커 중심 구조여서 중동산 원유·나프타 조달 차질이 곧바로 기초유분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며 "미국은 에탄 기반 설비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부각되는 반면 동북아 업체는 원가 부담과 대미 경쟁 심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석화업계에서 시작된 셧다운 여파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프타를 분해해서 만드는 에틸렌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코팅 소재 등 기초 유분의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만큼 NCC 공장 셧다운에 따라 유관 업종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8일 나프타를 경제 안보 품목으로 한시 지정한 데 이어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동원할 방침이다. 긴급 수급 조정 조치가 동원되면 ▲생산·도입과 출하량 보고 의무화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등 행정 조치가 가능해진다.
이날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 나프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정유사들과 협의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며 "긴급 수급 조정 명령까지 발동하면 가동 중단 위기 시점을 4월 말이나 5월까지 충분히 늦출 수 있어 수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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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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