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일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트럭들이 주차돼 있다./사진=뉴스1


미국·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건설현장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과 창호, 바닥재 등 인테리어 제품 생산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힐스테이트 메디알레)에 공사비 인상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시장이 급격히 올라 주요 자재 가격을 10~40% 수준으로 인상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도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75.6%)으로 증액 요청했다. 총공사비는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불어난다. 현대건설은 조합과 도급계약에서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의 경우 공사 기간 연장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레미콘 혼화제,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접착제, 방수재, 도료 등 여러 부자재가 올랐다"며 "공사비를 산출한 시점과 비교해 물가상승과 설계변경 등을 반영한 것으로 정비사업장의 원료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우 전쟁보다 충격 크다…공사비 지수 최고치

공사비 인상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장위10구역 재개발, GS건설의 신반포4지구 재건축에서 각각 기존 대비 4174억원, 788억원의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현재 비축 물량이 소진되는 4월을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전쟁 상황이 5월까지 이어질 경우 단순 공기 지연을 넘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사 중단의 우려가 커진다.


도장용 프라이머·신나, 타일용 에폭시 접착제·실란트, 욕실 천장재, 마루용 본드 같은 인테리어 제품 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건설 후속 공정이 줄줄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유가 급등에 따라 운송비 증가로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잿값 상승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가·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사업비를 분양가에 반영하고 공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원자재를 중국산으로 대체 수입하는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품질 문제 탓에 즉시 대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건설공사비지수가 급등한 전례가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분기 103.04에서 2022년 1분기 113.77로 급등했다. 지난 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133.28(잠정치)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원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재 생산과 운송, 현장 작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최악에는 건설 공사가 장기간 멈출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비축 물량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인데, 원자재 수급 상황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혼화제 등 필수 건설자재 수급 상황 집중 관리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중동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TF'로 격상했다. TF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는 자재의 수급 상황을 관리하며 시장 교란 행위 적발 시 현장 점검을 통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중동전쟁 기업애로 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지원센터는 자재 수급 차질에 따른 공정 지연,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쟁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즉각 접수해 관계 부처에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 지연과 원가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비슷한 공정률을 보이는 현장끼리 자재를 빌려 쓰는 등 영업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도 "자재 수급부터 공사비, 금융까지 건설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 차원의 지침과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