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정부, 경찰의 가짜뉴스 소탕전 확대
가짜뉴스는 '사람'보다 '구조'를 바꿔야 막는다
정파적 미디어 환경과 왜곡된 수익 모델이 토양
권력이 직접 '진실의 심판자' 역할 맡는 건 위험


이상복 시대 논설위원 겸 미디어랩 소장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SNS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영상의 촬영 시점과 전후 맥락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해당 내용의 일부가 왜곡됐고 시점도 최근이 아닌 2024년 9월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당시 대통령은 "사실이라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검증이 부족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누구라도 불완전한 정보를 믿고 확산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우리는 놓여 있다.

최근 정부는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은 중동 전쟁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내란 행위"라고 질타했고, 경찰은 곧바로 전담 조직을 꾸렸다. 행정안전부 역시 가짜뉴스 유포를 '반란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에 가칭 '투명성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팩트체크 지원과 허위정보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가짜뉴스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이런 대응 방식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마다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언급하면 어김없이 전쟁이 선포됐다. 조직이 만들어지고, 수사가 뒤따르고, 처벌이 강조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가짜뉴스 대응센터가 생겼고, 언론 관련 기관에는 신고 창구가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종합대책 문건이 작성되고 대응 방안이 추진됐다.

그 사이 가짜뉴스는 줄어들었을까. 오히려 더 정교해졌고, 더 빠르게 퍼졌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접근 방식이 본질을 비껴갔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그 기준마저 요동쳤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대체로 '누가 만들었는가'를 찾아내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그런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도록 만드는 환경 속에서 자란다. 자극적이고 분노를 유발할수록 더 많이 소비되고, 그 소비는 조회수와 수익으로 이어진다. 사실 여부보다 감정의 강도가 주목도를 결정하는 환경에서 가짜뉴스는 오히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된다.

이 구조는 플랫폼 알고리즘과 결합하며 더욱 강화된다.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환경에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우선 노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가짜뉴스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파성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환경이다. 특정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콘텐츠는 충성 구독자를 확보하고, 후원과 광고로 연결된다. 반면 균형과 검증을 중시하는 보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렵다. 조회수가 곧 영향력이 되는 구조 속에서 건전한 저널리즘은 설 자리를 잃고, 그 빈틈을 가짜뉴스가 파고든다. 정치권 역시 이런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지지층 결집에 유리한 정파적 주장을 활용해 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단속을 넘어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처벌과 수사는 최소한의 억지력으로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유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신뢰성과 검증을 기반으로 한 보도가 제대로 평가받고, 광고·구독·공적 지원 등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더 큰 가치를 갖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참여 매체에 인증이나 노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는 일 역시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한 해법이다.

가짜뉴스와 싸우는 가장 위험한 방법은 권력이 '진실의 심판자'가 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이 자라나는 토양을 바꾸는 일이다.

☞가짜뉴스=용어 자체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뉴스'와 '가짜'가 결합된 이 표현은 결과적으로 뉴스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 미디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 용어를 대중화시켰다. 영국은 공식 문서에서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 '오정보' '유해정보' 등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