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첫 파업에 쏠리는 눈…"보상체계 다양화·주주 고려해야"
보상안 상향 평준화에 투자 위축 가능성
"기업 부담 심화…합리적 보상안 체계 필요"
"주주 충실 의무 존재…투자 재원 등도 고려"
김동욱 기자
공유하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선다. 상생노조가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업계는 이번 파업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성과 보상 체계 마련과 노사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첫 파업을 진행한다. 앞선 법원 가처분 판단으로 인해 파업이 제한된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 파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참여 인원은 2000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상생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같이 연봉의 50%로 제한된 OPI 상한도 폐지를 주장한다. 임금 인상률 14%도 상생노조 요구안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 10% 수준의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 6.2%를 제안한 바 있다.
상생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업계 표준 직원 보상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우려가 존재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다 이제 막 CDMO(위탁개발생산)에 나선 셀트리온과 인천 송도 공장 완공을 앞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후발주자들은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재 확보에 과도한 비용을 사용할 경우 투자가 위축돼 산업 발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사내에서 파업 소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CDMO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 속 파업이 빠르게 정리되는 게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급여가 올라가면 같은 업계 다른 회사들도 인재 유치를 위해 비슷한 수준의 보상안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통해 보상 확대를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못 벌어도 성과급 줘야 할 수도…주주 충실 의무도 관건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성과 보상안에 대한 합리적인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당기순이익으로 기준을 좁힐 필요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영업이익이 창출돼도 이자 등을 고려한 당기순이익은 적자일 수 있다"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회사가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 못했을 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기업뿐만 아닌 직원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직원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금 지급 위주의 단기적 보상 대신 RSU(조건부 주식 보상) 등 기업의 장기적 가치 상승에 동참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RSU는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보상 체계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RSU를 도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에서도 논란이 되는 성과급 상한 폐지는 단순히 '많이 벌었으니 많이 주자'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미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며 "성과급 구성을 다변화해 임직원들이 단기 이익 실현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설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도 성과급 확대 등이 중심인 상생노조 요구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1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 만큼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들에게 주주 충실 의무를 부여한 게 핵심이다. 이사회가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소액주주플랫폼 액트를 이끄는 이상목 대표는 "성과급 이슈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만큼 관련 내용을 이사회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사들의 결정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급 확대가 근로 의욕 고취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주주 환원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김동욱 기자
김동욱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