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도 감수"...4대은행 뛰어든 '51조 서울시금고' 쟁탈전
"대한민국 수도 시금고 은행이라는 점에서 상징성 커"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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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연간 51조원대 재정을 관리하는 차기 시금고 자리를 두고 4대 시중은행이 총출동했다. 약 47조원 규모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1금고'를 두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다시 맞붙었다. 은행권에선 높은 금리와 출연금 부담으로 사실상 '역마진'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수도의 금고를 맡는 상징성과 브랜드 효과가 큰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승부라는 평이다. 서울시금고 경쟁을 인천국제공항 입점 경쟁과 비슷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직접적인 수익성보다도 고객 신뢰도와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7일 금융권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마감된 차기 서울시금고 지정 입찰에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맡고 있는 신한은행과 탈환을 노리는 우리은행은 각각 1·2금고 모두에 지원했다. 반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2금고에만 제안서를 냈다. 앞서 제안서 설명회에 참석했던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은 현재 고양시·의정부시·성남시 등 서울 외 지역 금고를 운영 중인 만큼, 서울시금고보다는 지역 금고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와 기금을 맡는 2금고로 나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약 51조4778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약 47조원이 1금고 몫이다. 사실상 1금고를 차지하는 은행이 서울시 대표 금고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이번 경쟁의 핵심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재격돌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맡아왔지만, 2018년 신한은행이 1금고 운영권을 가져가며 독점 체제가 깨졌다. 이후 2022년에도 신한은행이 1금고를 지켜냈고, 2금고까지 확보하면서 현재는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서울시금고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현 지위를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까지 2금고 경쟁에 가세하면서 전체 구도는 4파전으로 확대됐다.
은행권에서는 시금고 경쟁이 단순한 수익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서울시금고는 대한민국 수도의 재정을 관리하는 자리인 만큼 대표성과 공신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직접적인 수익만 놓고 보면 역마진 구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수도의 금고를 맡는다는 상징성이 워낙 크다 보니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 입점 경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성 자체보다는 고객 신뢰도와 브랜드 효과, 대표성을 얻는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들은 시금고를 확보하면 안정적인 대규모 수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은행은 대출과 자금 운용을 위해 고객 예금이나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서울시 자금이 장기간 예치되면 자금 운용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는 예금 금리와 출연금 경쟁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은행 입장에서는 서울시에 보다 유리한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를 따내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금리와 각종 출연 조건 등을 제시해야 한다"며 "조달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지만, 대규모 자금 기반 확보와 브랜드 신뢰도 제고 효과를 감안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금고 제도는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운영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공개 경쟁을 통해 금고 은행을 선정해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등을 맡긴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예산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상징성과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시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예금·대출 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확대하는 등 일부 기준도 조정됐다.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2금고 제안서를 제출했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2금고 제안서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종 결과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12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6월 중 약정 체결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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