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 기념 촬영. /사진=이예빈 기자


금융당국이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단순 정책금융을 넘어 금융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범 4개월 만에 8조원대 자금을 집행해 첨단산업 투자와 민간자본 유입을 동시에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정책펀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도전을 넘기 위한 미래산업 투자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범 이후 4개월간 11건, 총 8조4000억원을 집행하며 금융 패러다임을 보수적 관리에서 생산적 투자로 전환했다"며 "고위험 혁신 분야에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자금 흐름을 부동산·담보 중심에서 미래 성장 산업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지원의 절반 이상이 지방에 투입되면서 지역 첨단기업 투자 통로를 넓히는 효과도 나타났다.

"유동성 넘치는데 혁신으로 못 가는 역설 해소"

사진은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예빈 기자


'국민성장펀드 도입 취지 및 평가'에 대한 발제를 맡은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자금 배분 왜곡'을 지적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화량은 역대 최대지만 자금이 부동산과 담보대출에 묶여 혁신기업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대출의 80% 이상이 담보 중심이고, 인공지능(AI)·정보통신 등 고기술 산업 대출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성장펀드는 이 역설을 깨기 위한 시도"라며 기존 정책과의 차별점으로 ▲선자금 후투자 구조 탈피 ▲장기·대규모 투자 구조 ▲금융 시스템 자체 전환을 제시했다.

성과 평가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 확산 효과, 지방경제 기여 여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지원 논란? 생태계 관점에서 봐야"

사진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이예빈 기자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논란이 된 '대기업 지원' 문제에 대해 "국민성장펀드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미래 전략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첨단산업은 막대한 자본과 긴 투자기간이 필요해 민간만으로는 충분한 투자가 어렵다"며 "정부가 초기 리스크를 부담하면 오히려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크라우딩 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매출 기반 스케일업 ▲수익성 ▲자본 회수 가능성을 투자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재까지 주요 투자 사례들이 이를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투자 사례를 보면 단순히 개별 기업에 돈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함께 고려한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은 발전 설비 자체뿐 아니라 조선·케이블 같은 연관 산업까지 함께 성장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는 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경우에는 직접 지분투자를 통해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업은 규모보다 '생태계 확장 효과'를 기준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금융과 차별화된다.

국민 참여 확대…"수익·안정성 장치 병행"

사진은 국민성장펀드 지역금융기관 업무협약식. /사진=이예빈 기자


금융위는 오는 22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성장펀드'도 출시한다.

이 펀드는 ▲소득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부의 일부 손실 우선 부담 구조를 통해 장기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 판매액의 20% 이상을 서민 전용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이날 산업은행과 BNK·JB·iM 금융지주, 수협은행은 공동 투자 및 정보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역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발굴과 투자 확대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지역 주도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성장펀드를 '국가 자본주의 2.0 전환'으로 규정하며 다음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생태계 확산 효과 ▲민간 투자 유도 여부 ▲국내 성장자산 매력도 개선 ▲자금 선순환 구조 형성이다.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처럼 공공이 초기 위험을 부담하고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금융위는 "높은 관심만큼 우려도 존재한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국민성장펀드를 미래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