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자본규제 합리화로 늘어난 금융회사 자금 여력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자본 부담은 높이는 대신 정책펀드, 벤처·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규제 부담을 낮춰 기업금융과 투자로 자금 흐름을 돌리겠다는 취지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보험권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글로벌 기준보다 엄격하게 운영돼 온 국내 자본규제를 일부 합리화하고, 환율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먼저 올해 1월부터 은행이 주담대를 취급할 때 적용하는 위험가중치 하한은 기존 15%에서 20%로 상향됐다. 반면 생산적 투자로 볼 수 있는 비상장주식 등에 대해서는 자본 부담을 낮췄다.

지난 3월부터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는 기존 '원칙 400%, 예외 250%' 구조에서 '원칙 250%, 예외 400%'로 손질했다. 정책 목적 주식·펀드는 위험가중치를 100%로 특례 적용했다.


해외사업 관련 규제도 손질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부터 은행 해외점포 출자금 등을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승인하고 시장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 올해 4월부터는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된 손실 사건에 대해 심사를 거쳐 운영리스크 산출 시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권 자본규제도 손질된다. 금융당국은 실질 위험 수준에 비례해 요구자본이 산출될 수 있도록 위험계수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내 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펀드 투자 시 위험계수는 기존 49%에서 20% 이하로 낮추고 장기보유 특례도 허용한다. 비상장주식 수준의 위험계수가 적용됐던 신재생에너지 등 비전통적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도 위험계수를 49%에서 20%로 낮춘다. 적격 벤처 투자에는 상장주식 수준의 위험계수인 35%를 적용한다.

반대로 보험권 주담대 위험계수는 은행권 수준에 맞춰 일부 상향된다. 주담대 LTV 60~80% 구간 위험계수는 기존 3.5%에서 4.0%로 조정된다. 이와 함께 장기투자 인센티브 성격의 매칭조정 제도와 보험사가 자체 통계를 활용해 위험액을 산출하는 내부모형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완화로 늘어난 금융회사 여력이 실제 생산적 분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직·인력·산업연구 역량 확충도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은 향후 5년간 생산적 분야에 총 1242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민간 금융권이 616조원, 정책금융기관이 626조원을 맡는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총 92조원이 이미 집행됐다. 민간 금융권 집행액은 60조5000억원, 정책금융 집행액은 31조5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자금흐름 변화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대비 올해 3월 말 기준 5대 금융지주와 산업은행·기업은행의 기업대출 및 투자 잔고는 1782조원에서 1877조원으로 95조원 증가했다. 전체 자금에서 기업대출 및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7.8%에서 70.6%로 2.8%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표한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자본규제 합리화로 늘어난 자금공급 여력이 생산적 부문에 충분히 공급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