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뮤지엄에 초창기 바람의나라를 구현한 모습. /사진=양진원 기자


제주 넥슨뮤지엄에 입장하기 위해선 카드 태그는 필수였다. 발급된 카드는 자신의 넥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정 연동 체계다. 방문 전 '넥슨플레이' 앱을 설치해야 구현된다. 도슨트를 맡은 김정아 넥슨뮤지엄 팀장은 "발급받은 카드는 전시 관람의 중요한 열쇠"라면서 "1층에서는 게임을 하실 수 있는 코인의 역할이고 이후엔 나의 계정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입장하자마자 수 많은 게임 플레이에 시선을 뺏긴다. 지난 12일 재개장한 넥슨뮤지엄은 철저하게 체험을 내세운 공간으로 1층에선 게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쟁적인 관계, 협력적인 관계 그리고 표현적인 관계를 조명하는 데 주력했다. 김정아 팀장은 "절대적인 구분은 아니고 관람객들이 플레이 하면서 스스로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 게임 역사를 총망라한 전시물들이 가득차 있다. /사진=양진원 기자


1층 중앙에 마련된 'Ready 4 Play' 공간에서는 아케이드·콘솔 게임처럼 앉아 플레이가 가능하다. 4인 플레이 아케이드 게임도 있는데 처음 만난 관람객끼리도 협력과 경쟁이 가능하다.

게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조작 장치 옆에는 이모티콘 버튼이 있는데 블루 아카이브, 메이플 스토리,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등 원하는 IP 버튼을 누르면 그에 맞는 이모티콘이 나타난다. 이모티콘이 출력된 반대편 스크린에는 관람객 얼굴과 함께 감정 표현이 구현된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모 세대는 자신이 학창시절 즐겼던 게임을 설명했고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처럼 게임을 받아들였다. 박물관이 도슨트 역할을 하는 대신 가족이 서로 소통하게 되는 구조였다.

2층 '인벤토리' 공간은 과거 한국 PC 패키지 게임 역사를 망라한 자료실이다. 애플 컴퓨터는 물론 과거 PC 모델이었던 CRT 모니터까지 실물로 볼 수 있다.


김정주 창업주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도 과거 기기를 통해 할 수 있었다. 그래픽과 조작감이 예전 그대로 살아나 뭉클함을 안겼다. 김정아 팀장은 "넥슨 컴퓨터박물관이었을 때인 2014년 초기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복원한 프로젝트"라며 "진짜 96년 버전을 체험해 보실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층을 거의 다 돌 때 쯤 넥슨문화재단이 공들여 제작한 넥슨 30주년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좌석에 앉아야만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넥슨뮤지엄 3층에 위치한 곡면 LED 미러존 '인스턴스 게이트'. /사진=양진원 기자


3층에서는 넥슨 IP와의 유대감이 강조된다. '안녕, 나의 OOO!'이라는 테마로 전시관 이름 속 OOO에는 관람객의 넥슨 계정 닉네임이 들어간다. 김정아 팀장은 "과거 넥슨 게임 플레이 기록이 전시 콘텐츠와 연결된다"며 "개인적인 역사를 좀 채워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시관 입구 키오스크에 카드를 태그하면 최근 자신이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 대표 캐릭터가 맞이해준다. 이어 넥슨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인 곡면 LED 미러존 '인스턴스 게이트'를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넥슨 게임을 누르면 관련 영상과 장면들이 미디어 아트 홀 전체를 꾸며서 IP 속에 들어간 느낌을 제공한다.


김정아 팀장은 "해당 공간을 구현하는 데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며 "유저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인스턴스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내가 선택한 넥슨 캐릭터를 마지막까지 나를 배웅해준다. 해당 IP의 대표 캐릭터가 그림자로 등장해 관람객과 발을 맞추며 출구까지 동행한다. 넥슨으로 시작한 박물관의 여정이 넥슨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넥슨뮤지엄에 있는 메이플스토리 카페 굿즈 판매존. /사진=양진원 기자


박물관 밑에 위치한 메이플스토리 카페도 인기였다. 메이플스토리를 본떠 만든 여러 메뉴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수익성을 남기기보다 유저들의 행복이 우선인 만큼 메뉴 갯수는 한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카페 한편에 위치한 굿즈들은 특별함을 준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스페셜한 에디션들이 즐비한 탓이다. 한라봉 주황버섯 키링, 감귤 핑크빈 보조배터리는 물론 메이플스토리 키캡은 고가에도 관람객들이 먼저 찾았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에게 성지가 된 이곳은 부모와 아이들이 박물관의 여운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넥슨뮤지엄은 올해 5월 개장한 이후 연말까지 10만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4000원으로 과거 컴퓨터박물관에 비해 70% 이상 올랐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가성비 박물관"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박두산 관장은 "박물관 직원들의 인건비를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