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유한킴벌리 대전 공장./사진=유한킴벌리


수입 원자재 가격 변동과 고환율, 내수 침체 장기화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생활용품 업계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 등 시장 리더들이 생산부터 물류, 재고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원가 절감과 수익성 방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유한킴벌리, AI 수요예측 '브레인' 수혈…'감' 대신 '데이터'로 재고 줄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최근 SCM(공급망 관리) 혁신 부문의 '프로덕트 서플라이 플래너(Product Supply Planner)' 채용을 마무리했다. 단순한 물류 관리를 넘어 수요예측, 공급계획 수립, 재고 최적화 등을 전담하는 공급망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다.

이번 채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AI·머신러닝을 비롯해 파이썬, R, SQL 등 데이터 분석 역량을 우대 조건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플랫폼인 키낙시스와 SAP APO 경험자도 우대한다.


유한킴벌리가 이처럼 고도화된 데이터 인력 수혈에 나선 것은 과거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예측 불가능해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빨라진 상황에서, 유통 채널별 판매 데이터와 거시경제 지표를 AI로 실시간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과잉 재고로 인한 비용 손실을 막고, 동시에 품절로 인한 판매 기회 상실을 제로(0)화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생산 현장의 디지털화도 이미 궤도에 올랐다. 제조실행시스템(MES)을 통해 실시간 공정 빅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원부자재 낭비와 불량률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 저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깨끗한나라, '100억 투자' 스마트 물류…24시간 무인 가동·안전까지 잡는다

경쟁사인 깨끗한나라는 AI와 로봇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와 생산성 극대화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1년 깨끗한나라는 청주공장 스마트 물류창고 구축에 100억원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AI 방재 시스템 ▲무인 지게차(AGV) ▲산업용·협동 로봇 12대 도입 등 AX(AI 전환) 고도화를 위한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깨끗한나라가 주목한 것은 생산부터 적재, 보관, 출하에 이르는 물류 전 과정의 지능화다. 화장지,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은 제품 부피가 커 보관 및 운반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무인 지게차와 로봇 도입을 통해 24시간 중단 없는 무인 물류 시스템을 완성하면 휴먼 에러(작업자 실수)를 줄이고 출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깨끗한나라는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연속성 있는 설비 투자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제는 데이터 경쟁"…생활용품 업계, 판도 바뀐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생활용품 산업의 패러다임이 '제조'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화장지, 기저귀, 생리대 등은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환율과 글로벌 물류비 변동에 취약하다. 수요 예측 실패로 재고가 쌓이면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누가 더 큰 생산설비를 가졌냐가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AI로 얼마나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시대"라며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생활용품 업계에서도 AI 공급망 혁신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