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부아가 치민다'는 말을 한다. '화가 난다'라는 뜻으로 쓰는데 여기서 화는 성질이 아니라 애닮고 노여운 마음을 말한다.
부아는 무엇일까? 부아는 폐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이다.
그러면 폐와 '화가 난다'는 말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화가 나면 '뚜껑이 열린다'라는 다소 거친 표현도 하며 씩씩 거리고 코와 어깨를 들썩인다. 한의학에서 폐는 화개(華蓋)라는 뚜껑으로 표현하며, 인체의 기(氣) 중에 호흡과 관련된 종기(宗氣)를 주관한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와 비위에서 음식물을 섭취하여 나온 정미로운 물질이 합쳐져서 종기를 이룬다. 종기는 심폐의 호흡대사를 의미한다.
폐는 오장 중 제일 위에서 덮개역할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자동차에서 라디에이터에 해당하는 역할로 인체 내에서 발생한 열기가 머리로 올라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 수렴해주는 형상이다. 사상의학에서 폐는 애성(哀性)과 노정(怒情)이란 성정과 관련지어 설명된다. 애성이라는 것은 세상을 봄에 서로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모습을 '쯧쯧'하면서 애닯아 하는 마음을 말하고, 노정이라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을 말한다.
법정스님은 세상에 대한 애달픈 마음 때문에 폐가 손상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소모성 화를 '부아가 치민다'고 한 것이며, '뚜껑 열린다'고 관용하여 쓰고 있다. 애달아 하는 마음에 너무 심취되거나 노여움이 극해지면, 장기의 손상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과대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숨이 단전으로 깊게 쉬어질 때 차분해질 수 있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냐?'란 말도 폐와 관련된 말로, 허파는 폐의 다른 이름이며, 실없는 행동과 웃음을 나무라는 말이다. 그 외에 '상대의 충고가 나의 폐부를 찌른다'라는 말도 하는데, 가슴을 찌르듯이 감명을 받았다라는 뜻으로 폐를 언급함에 관용적으로 정신작용을 염두에 두고 말이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오장을 사용한 언어들은 대개 정신작용을 염두에 둔 말이 많다. 폐는 정신작용 중에서 백(魄)을 담고 있다. 황제내경을 보면 신장오 형장사(神藏五, 形藏四)라 하여 정신작용과 관련된 5장과 형체를 이루는데 관련된 4장을 설명한다.
동의보감 폐장문에 보면 형한음냉즉상폐(形寒飮冷則傷肺)라 하여 몸을 춥게 하고 찬 것을 먹고 마시면 폐가 손상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답답하거나 덥다고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을 내리기 위해 얼음찜질을 지나치게 하는 것은 폐를 손상시킬 수 있는 행동이다.
황제내경에선 '폐가 손상되기 시작하면, 낮에는 피곤하고 지치다가 밤이 되면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한다. 거꾸로 야간생활을 너무 즐기면 폐가 손상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밤에 공부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조는 등 뒤바뀐 생활을 하는 경향이 많다. 폐의 건강을 위해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고 저녁엔 숙면을 취하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또 봄철에 씀바귀나 더덕 등 각종 새순의 나물류에서 쓴맛을 취해 겨우내 외부 한기에 저항하느라 지친 폐기에 활력을 주는 것이 좋다. 기침이나 피로에 의해 생긴 폐의 허증성 스트레스도 오미자나 매실 모과 귤껍질차 등의 신맛으로 보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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