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과 사조그룹이 서로의 주력시장을 넘보며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있다. 식품과 참치라는 큰 줄기로 나뉘던 두 그룹이 각자의 영역에 해당하는 제품시장에 뛰어들며 촉발된 맞대결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정체된 참치 시장, 파문 일으킨다"
4000억원 참치시장 공략을 위해 CJ제일제당이 택한 것은 ‘철저한 차별화’ 전략. 수십년간 기름 베이스(Oil Base) 제품이 군림해 온 참치시장에 ‘물 베이스’ 제품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각오다.
이번에 출시한 water tuna는 100% 물과 참치만으로 이루어졌다. “기름 대신 물을 넣어 담백한 참치 고유의 맛을 살렸다”는 것이 CJ제일제당 측의 설명. 전세계 최대 규모의 참치캔 제조회사인 TUM(Thai Union Manufacturing CO, Ltd)과 제휴를 맺고 참치를 공급 받게 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론칭한 신선식품 브랜드 프레시안과 맞물리며, ‘맛있는 자연주의’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제품군을 찾던 중 물 참치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water tuna에서 강조하는 것은 ‘100g당 90Kcal, 지방 및 콜레스테롤 0%’.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물 베이스 참치가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 역시 최근들어 건강한 자연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 9~10월 추석을 기점으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후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 올해 100억원, 내년까지 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참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기름 베이스 참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물참치에 대한 선호도가 얼마나 높을지 불확실하다”며 “특히 대부분의 참치캔이 김치찌개나 볶음밥 등에 소모되는 상황에서 물참치의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참치사업의 핵심은 원어수급 문제인데 최근 참치원어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며 “때문에 자체적으로 참치를 수급할 수 있는 동원이나 사조에 비해, TUM 제휴를 통하는 CJ제일제당은 불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 측에서 주장하는 ‘콜레스테롤 0%’에 대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7월20일 동원 측에서 참치 고유의 특성에 비추어 봤을 때 콜레스테롤 0%는 불가능한 수치라며 허위과대 광고가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약청 식품 등의 표시기준 법규에 따라 2mg 미만의 콜레스테롤은 0으로 표기하도록 돼있다”며 “water tuna는 콜레스테롤 1.68mg으로 0% 표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동원이 70%, 사조와 오뚜기가 나머지 30%를 차지하고 있는 참치 시장은 정체돼 있다”며 “단순히 파이를 나눠먹는 식이 아닌 차별화한 제품으로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 사조그룹 … "종합식품회사로 조용한 공략"
참치시장을 주력분야로 하고 있는 사조그룹은 실상 오래 전부터 종합식품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왔다. 2004년 해표식용유를 인수한 데 이어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2010년 옹가네 등 최근까지 다양한 신선식품 관련 회사를 흡수하고 있다. 사조 관계자는 “이번 포장두부시장 진출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지난해 말부터 제품군 강화를 위해 진출을 검토해 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조대림의 신선식품 브랜드인 대림선을 통해 출시한 ‘대림선 콩두부’는 중소기업인 제이에프와 제휴를 통해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제이에프는 2005년 두부업계 최초로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을 받은 업체로 그 동안은 주로 대형 급식업체에 급식용 포장 두부를 공급해왔다.
사조 관계자는 “최근 두부사업의 중소기업 적합 제품 선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바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좋은 제품을 우리가 유통해 주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사조대림은 물류 및 유통망이 열악한 중소기업 제품을 냉장 물류와 유통망이 잘 갖춰진 기업에서 판매를 대신하는 것으로, 협력업체는 새로운 판로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포장두부뿐 아니라 육가공 브랜드인 ‘사조 로하이’도 론칭했다. 얼리지 않은 국내산 냉장 돈육을 사용해 햄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렸다. 또 합성아질산나트륨과 합성착색료,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전분, 에리쏘르빈산나트륨 등 6가지 식품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전분과 정제염 대신 우리 쌀과 천일염을 사용했다.
사조그룹은 일단 판촉경쟁이 치열한 대형마트나 할인점 보다는 중소형마트 위주로 영업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가격경쟁으로 승부해야 하는 대형마트는 결국 중소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머지않아 국내 최초로 유기농 콩을 사용한 신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제품에 자신이 있는 만큼 동네 마트부터 천천히, 주부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략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을 비롯해 강적들이 두루 포진한 식품업계에서 최근 적극적인 사조그룹의 시장 진출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두부나 육가공 햄은 사실상 형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품 차별화가 어려운 품목 중 하나다”며 “내수시장의 한계가 뚜렷한 식품업계의 특성상 단순히 ‘파이 뺏기’ 식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마케팅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이미 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긴 힘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이미 해표식용유 등 다양한 제품군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사조그룹을 내세우거나 대규모 마케팅을 투자하지 않아도 제품력이 좋으면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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