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치느냐다.

이용범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4팀 부장도 지금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베테랑 펀드매니저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식 분석 및 운용에 대해 하나둘씩 깨달아 가던 시절이 있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본 적도 있었지만 유연한 마음으로 대처하고 고쳐나가면서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부장이 초보 펀드매니저 시절에 깨달아 지금까지 자신의 핵심 운용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바텀업(bottom up) 전략이다. 
 

류승희 기자
 
◆운용의 핵심은 바텀업 전략
1997년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 놓은 이 부장은 2년 뒤 조흥투자신탁운용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주식운용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이 부장이 가장 집중했던 전략은 편입비 전략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편입비에 관심이 많고 선호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편입비 전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우리나라 같이 작은 국가는 글로벌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다보니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국 9.11테러 사건은 이 부장이 운용전략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부장은  "9.11테러 당시 편입비 전략을 공격적으로 활용했는데 결과가 최악이었다"며 "당시의 쓰린 경험이 개인적으로 약이 됐고, 다음 해부터는 편입비 전략을 버리고 좋은 종목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부장이 찾은 해법이 바텀업 전략이었고, 그 후부터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증시가 계속 빠지는 국면에선 앞으로도 시장이 빠질 것이란 예상에 얽매인다"며 "또 바닥권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기업을 직접 탐방하면서 유망한 곳을 찾아내고 그 기업의 전망을 짚어보는 게 더 쉽고 현실적"이라며 "주식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바텀업이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핵심은 변화와 성장성

그렇다면 좋은 기업이란 어떤 곳일까. 이 부장은 "변화를 꾀하는 기업"이라고 단언했다. 반대로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기업은 변화를 시도하지도 않고 변화를 두려워 하는 기업이다. 즉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부족한 기업을 의미한다.

이 부장은 "그동안 시가총액이 커진 기업들을 살펴보면 위기를 겪으면서도 시설투자를 강하게 한 기업들"이라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만 아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롯데쇼핑 , LG화학, CJ오쇼핑 등을 꼽았다. 이 부장은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 증가한 이유는 공격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며 "이마트가 중국시장 진출에 보수적이었을 때 롯데쇼핑은 해외에서 시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LG화학이 자동차용 2차전지사업까지 시도하며 기업의 성장을 꾀했고, CJ오쇼핑이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것 등을 떠올려 보라"며 "이렇게 변화를 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는 기업들을 소위 성장주라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적립식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장은 "어차피 주식시장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특정한 시기에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꾸준히 적립식으로 사는 게 좋다"며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면 부분환매를 하고, 또 꾸준히 주식을 사는 게 올바른 투자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힘’ 펀드, 1조원 달성한 힘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의힘 증권투자신탁'(이하 한국의 힘)은 얼마 전 설정액 1조원을 달성하며 국내 대표펀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국내에 1조원 규모의 펀드는 한국의 힘을 비롯해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투자신탁'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투자신탁' 등 10개에 불과하다.

2006년 3월 설정된 한국의 힘은 국내 글로벌 선도기업에 주목하는 펀드다. ▲글로벌 1등기업으로 월등한 가격결정력과 지배력을 갖춘 기업 ▲국내외에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글로벌 지위를 구축한 성장기업 ▲신시장 창출능력을 보유한 기업 등이 투자대상이다.

이용범 부장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장기적으로 분석해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면서도 성장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기업의 본질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보유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사실 설정액 1000억원이나 1조원이나 운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펀드 규모가 커지면 움직임이 둔해질 수도 있겠지만, 적절히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펀드가 무거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공격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용범 부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장기신용은행(기업대출 및 분석업무)
조흥투자신탁운용(주식운용)
대우증권(랩어카운트 운용)
피데스투자자문 주식운용2팀 팀장
(현)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 주식운용4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