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사는 김모(여.34)씨는 최근 의료실비보험에 들기 위해 보험사 고객센터에 문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2007년 안면 경련으로 잘 웃어지지 않아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2주분의 약 처방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김씨는 “4~5년 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지만 상담원은 “다시 재발할 수 있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장애와 정신과 진료 경력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차별 영업’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 금융감독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꾸준히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장애인들의 리스크 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하고 있는 것.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정신과 상담은 우울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건수가 늘어나면서 아예 가입조차 못하게 막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기자가 국내 대형보험사 콜센터 3곳에 종신보험 가입 요청 전화를 시도한 결과 일반인과 정신과 기록이 있는 경우 상담원들의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보통 일반인들은 콜센터를 통해 보험가입 문의를 하면 기본적인 보험을 안내해주고 곧바로 보험설계사에 연결로 이어졌다. 하지만 장애등급이 있거나 과거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면 “보험가입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차가 까다롭다. 어떤 내용으로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상담원은 또 보험설계사와의 연결도 본인이 요구하기 전까지는 멘트조차 꺼내지 않았다.

일반 고객일 경우 상담원이 먼저 어떤 보험을 원하는지, 현재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장애나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다고 하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안내만 했다.

한 상담원은 “연도와 상관없이 과거 단 한번의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보험가입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제약 받는 장애인 전용보험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전용보험도 가입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장애인전용 종합보험인 곰두리종합보장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입건수는 매년 총 수천건에 불과하다. 또 전년에 비해 판매수치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만 판매하고 있고 보장한도가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곰두리종합보장보험은 일반 특약 등은 거의 없고 사망, 장해, 암 등에만 치중돼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들의 가입을 제한하는 등 가입심사 기준과 절차도 까다롭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성종 민주통합당(옛 민주당) 의원은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전용 보험을 개발했지만 전국 등록 장애인 241만명 가운데 가입 장애인은 15만명(6%)에 불과하다”며 “장애인들이 실제 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당한 이유로 가입을 거부당하거나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곰두리종합보험은 암이나 사망할 때 보험을 지급하는 매우 단순한 상품”이라며 “초기에는 문의전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입실적이나 문의전화도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까지 리스크 통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위험도 통계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 등을 책정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실질적인 근거가 될 만한 통계자료가 아직까지는 나와 있지 않은 것.

예컨대 보험 고객 100명 중 한명이 사망할 경우 보험사는 99명이 낸 보험료 일부를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험사는 각 고객군의 100명 중 연간 평균 몇명이 사고 나는지, 혹은 질병에 걸리는지, 가장 잦은 사고와 질병이 무엇인지 등을 리스크 등을 통계로 작성해 개인 보험료를 책정한다.

그런데 장애인의 경우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가 될 만한 리스크 통계가 전무하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언제 자살을 할지 모르고, 장애인들은 언제 어떻게 더 큰 질병으로 확대될지 혹은 사망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은 자체 통계를 근거로 장애인보험을 판매하고 있어 일반인들에 비해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장애인보험 제동 나선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보험사들이 일반인과 장애인의 보험가입에 차별을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이르면 연초부터 각 보험사별로 대대적인 모니터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보험사들이 장애인에 차별성을 두고 있는지 모니터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누군가 (보험가입에) 소외당하지 않도록 감독당국 규제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장애인보험의 활성화와 보험료 산정을 위해 장애인 리스크 통계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장애인 리스크 통계 작성은 개인정보 유출과 장애인들의 보장폭을 얼만큼 넓힐 수 있는가 등의 문제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장애인 리스크 통계를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하지만 언제 완성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자료를 요청하려면 고객동의가 필요하고 최대한 장애인들의 보장 폭을 넓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이 없는 상태”라며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장애인전용 상품을 내놓지 못한 것은 통계자료가 부족하거나 보험금 및 보상금 책정 등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금감원에서 통계자료를 명확히 제시할 경우 관련 전용상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보험료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