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무더기로 퇴출되면서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저축은행을 품었고, 일부 증권사도 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업계는 이제부터 금융지주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출시해 벌써부터 전면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올해 경영전략은 무엇일까. 일단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부실 저축은행 이미지를 벗고 탄탄한 자본력과 마케팅을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새로 인수한 저축은행이 대부분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이었던 만큼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덩달아 영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저축은행을 인수한 만큼 저축은행 경쟁구도는 금융지주 경쟁의 축소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과 고금리 예·적금 상품의 출시가 잇따르는 등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각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별로 선두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선두권을 누가 먼저 잡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만큼 저축은행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금융지주사에 팔려 살아난 저축은행들
이같은 저축은행간 경쟁구도는 저축은행이 줄줄이 퇴출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초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퇴출된 저축은행은 총 16곳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대부분은 금융지주나 증권사에 인수됐다.
가장 먼저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해 지난해 3월부터 우리금융저축은행이라는 간판을 달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2월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인수를 각각 마무리했다. 신한저축은행은 1월10일, KB저축은행은 1월 내에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도 패키지로 나온 제일2·에이스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저축은행 오픈을 앞두고 있다.
증권사 계열 저축은행 역시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신증권은 중앙부산(서울 1개 점포)+부산2(부산 4개 점포)+도민(강원도 6개 점포) 패키지를 인수, 대신저축은행을 설립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서울과 부산 등 전국망을 가진 '수신 금융회사'를 갖게 된 것이다. 현대증권도 서울에 3개 점포를 갖고 있는 대영저축은행을 떠맡아 현대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4대 금융지주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밀리지만 SC금융지주도 지난 2010년 10월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예아름저축은행을 인수해 SC저축은행을 출범,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서울서 붙자
부실 저축은행 중 매각이 완료된 저축은행과 매각에 실패한 저축은행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금융지주나 증권사가 인수한 저축은행은 모두 서울 또는 수도권에 본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축은행은 영업권 제약(영업지역 대출 50% 이상)이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고 고소득층이 밀집해 있어 여·수신을 유치하기 좋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저축은행이 인기를 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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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동일한 지역 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경우 큰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강남 테헤란로에 본점을 설립했다. 앞으로 강남권 고객을 잡겠다는 의도다. 신한저축은행은 성남 등 경인지역 7개 점포와 함께 서울지역의 영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KB저축은행도 6개의 서울 점포 외에 추가로 영업망 확보를 준비 중이다. 하나저축은행은 서울과 인천지역의 영업망을 기반으로 수도권 경쟁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저축은행을 인수해 지난 1년간 안정화 기틀을 잡았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은 우리금융저축은행보다 규모면에서 크기 때문에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반면 금융지주·증권 계열 저축은행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일반 저축은행들이 영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금융시장이 안정화된다면 다시 저축은행업계도 회생기운이 돌 텐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탄탄한 자본으로 고객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 비해 안정성과 자본력 등에서 열세에 있는 기존 저축은행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수신기반이나 영업관련 규제가 많은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은 계열 은행을 통해 이러한 점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신뢰도 면에서 앞서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생겨난 만큼 기존 저축은행들의 영업환경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저축은행 금융지주 계열 줄타기 나설 듯
일각에서는 기존 저축은행들이 이른바 금융지주 계열 줄타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들은 기업·개인대출의 규모가 클 경우 고객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관례다. 저축은행의 경우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동일인에 대한 대출 최대한도는 자기자본의 20% 이내 또는 100억원(법인 기준. 개인은 50억원) 중 작은 금액이다.
아무리 자금이 많아도 이 규정을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좋은 대출건에 대해서는 혼자 처리할 수 없어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특히 새로 출범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시각에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기존 저축은행보다 대출심사가 더 까다롭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1차 심사한 대출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가 있으므로 이들과의 협력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은 벌써부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에 연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자본금이 탄탄한 저축은행이 계속 생겨난다면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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