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연초부터 잇따라 파격 인사를 단행, 눈길을 끌고 있다. 
  
서열 파괴와 초고속 승진은 물론 정부기관인 한국은행과 산업은행도 내부 개혁 인사를 강행했다.
반면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깜짝 인사 대신 1인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실상 2인자들을 내쫒거나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다.

◆국민은행 부행장 SKY 출신으로 물갈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은 부행장 절반을 교체한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12월 23일 부장을 부행장으로 초고속 승진시키고 10명의 부행장 중 5명을 전격 교체했다. 또한 기존 부행장 중 외부출신 3명은 살아남았다.   


이번에 부행장으로 발탁된 인물은 이상원 전 글로벌사업부장(51)과 심재오 전 WM사업본부장(53), 강용희 전 KB금융 인사담당 상무(53), 김형태 전 성동지역본부장(53) 등이다.
 
이중 이상원 부행장은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행장 직행열차를 탔다. 
 
특히 상고 및 지방대 출신의 부행장들이 물러나고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신임 부행장으로 대거 발탁된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실무 중심의 인사라고 강조하지만 내부 직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이들 중 과거 은행 구조조정에서 칼날을 휘두른 인물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고졸 출신을 전격 발탁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일종의 강만수식 파격인사인 셈이다. 


산은은 센터장·지역본부장·부서장 인사에서 고졸 출신 부점장 2명을 지역본부장으로 발탁하고 55%를 고졸 출신으로 임용했다. 마산상고 출신인 박성명 금정지점장은 부산경남지역본부장으로, 광주상고 출신인 양동영 재무회계실장은 호남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상무급인 지역본부장에 고졸 출신이 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은은 또 신규 일반지점장 20명 중 11명을 고졸 출신으로 채웠다.

강 회장은 1월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은 비상상황도 아니고 파격 인사는 필요 없다”며 보수적 인사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승진자 목록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한은, 한은법 개정 인력 중심 파격인사
한국은행은 한은법 개정에 맞춰 1급(국장급) 13명, 2급(부국장급) 25명, 3급(차장급) 32명, 4급(과장급) 40명 등 총 110명에 달하는 승진 명단을 발표했다.
 
팀장 보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승진자들을 먼저 발표하고 이동은 오는 2월중 확정할 예정이다. 

1급 승진자로는 오호일 조사국 팀장과 김태석 기획국 팀장, 조정한 금융안정분석국 팀장 등이 눈에 띈다. 오 팀장은 한은법 개정 과정에서 실무 작업을 맡아 성과를 올렸고 김태석 팀장은 한은법 개정에 따른 조직개편 작업을 수행했다. 또 조정환 팀장은 핵심 중 하나인 비은행권 자료 제출 요구 등 업무를 담당해왔다.

2급 승진자로는 정길영 금융안정분석국 팀장이 공동검사와 관련된 업무를, 김준기 정책기획국 팀장이 은행채 지준부과와 관련된 업무를 맡아 법 개정 전후로 처리해야 할 실무를 추진한 바 있다.

글로벌 행보에 힘을 쏟은 인물들도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주도한 김한수 국제국 팀장이 1급으로 승진했으며, 외자운용원 서봉국 팀장, 이정 팀장은 외환보유액 금 투자와 위안화 투자를 성사시켰다는 점을 평가받아 2급으로 진급했다.

그동안 인사이동이 적었던 경제연구원에서는 강종구 연구실장(2급 승진)과 김준한 차장(2급 승진) 등 박사급 인력이 진급했다. 이번 인사에서 지방대 출신은 국장급 1명 등 9명, 여성 인력은 부국장급 1명 등 14명이었다.

◆금융지주사 1인자 체제 구축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내부 구축을 위해 1인자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종렬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올해 1월 성공적인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퇴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2009년에 이어 또다시 2인자가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9년 2월에는 파생상품 키코(KIKO) 판매로 생긴 대규모 손실의 책임을 지고 윤교중 부회장이 물러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12월 신상훈 사장이 사퇴한 이래 아예 사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1대 윤병철 회장, 2대 황영기 회장 재임 시절만 해도 부회장직을 유지했으나, 3대 박병원 회장 때부터 부회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팔성 회장도 5명의 전무만을 두고 있다. 회장과 전무의 직급 격차에서 느껴지듯 ‘1인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한 셈이다.
산은지주도 강만수 회장을 보좌하는 윤만호 부사장과 김영기 수석부행장만 있다.
 
이 같은 금융지주사의 2인자 실종 현상은 불안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분이 거의 없거나 소수에 그친 CEO(최고경영자)들이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지못한 탓에 권력 집중화를 추구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는 오너십이 확실한 대기업과 달리 정부나 금융당국 등 `외풍'에 시달릴 여지가 많고 내부 도전을 받을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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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그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지주사 회장의 특성상 강력한 카리스마는 필수”라며 “당분간 2인자 실종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