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헤지펀드 도입 등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많은 변화와 개혁이 예상되는 해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증시 폭락 등으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가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를 대변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수장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지닌 대표적인 인물이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26일 새로운 협회장을 선출했다. 이날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회원사들의 투표를 통해 신임 협회장으로 당선됐다. 박 신임회장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나와 외환은행 은행원으로 금융업계 첫 발을 들였다.  


이후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LG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를 거치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금투협 전신인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해 실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발휘했던 박 신임회장이지만,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막중한 자리에 오른 것이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협회장인만큼 회원사들이 박 신임회장에 거는 기대도 상당할 터. 과연 박 신임회장이 금융투자업계와 협회를 둘러싸고 제기되던 케케묵은 논란과 문제들을 재정비하고, 업계의 대변인이자 대표로서 제 역할을 다 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전이 아닌 머슴이 돼라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바는 상전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머슴처럼 일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해줄 대표자이자 대리인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하는 것이다.
금투협회장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업계에 고충이 있을 때 발 벗고 대표자로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협회장을 뽑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금투협이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기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나 제도를 만드는 데 익숙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해 종종 지적되는 예가 증권업계 현실을 무시한 각종 자격증 도입이다. 또 지난해 ELW 소송이 불거졌을 때에도 증권업계가 협회에 크게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금투협이 금융감독 당국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증권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박 신임회장께서 금융투자업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대변인이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투자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금투협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고객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은행권에 몰려 있다"며 "자산의 쏠림현상을 막고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투자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사와 소형사의 균형발전을 이끄는 것도 박 신임회장에 주어진 임무 중 하나다. 특히 협회가 지나치게 증권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우려도 불식시켜야겠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통합된 후 아무래도 금투협 운영이 비중이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라며 "현실이 그렇다 해도 앞으로는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다른 회원사들의 입장에도 더 많이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벗어나 투자상품을 더욱 다양화할 시점"이라며 "세제혜택 및 신상품개발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힘써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떳떳하고 투명한 금투협 만들라

금투협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도 개혁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른바 '신의 직장' '금융투자업계의 공룡조직' 등으로 불리는 불명예를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투협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들이 부담하는 회비로 운영돼야 하지만, 그동안 주식거래수수료 일부를 받아 운영돼 왔다. 주식 거래 시 거래대금의 0.0008208%를 회비 명목으로 받았으며, 금투협의 연간 예산 규모는 무려 60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런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면 예산 운영의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예산 소요와 관련해 금감원에 감사를 받고 있지만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 또 직원연봉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는 매년 공개되는 반면 금투협은 공개하지 않는 것도 종종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임원인사에서 정치권이나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가 회원사인만큼 회원사들이 관여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협회장 선거 절차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은 많지만 어쨌든 박 신임회장은 경선에 의해 선출된 협회장"이라며 "그만큼 회원사가 신임회장에 기대하는 바가 많으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 동안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박 신임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2월4일부터 2015년 2월3일까지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금투협회장 선거

금융투자협회장은 대한민국 금융투자업계의 대표 인물이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업협회, 선물협회, 자신운용협회가 합병, 출범한 곳이 금투협이다. 정회원사는 62개 증권사, 81개 자산운용사, 7개 선물회사, 11개 부동산신탁회사 등 무려 161개 사에 달한다. 연간 예산규모는 600억원 수준.

이런 거대 조직의 수장을 뽑는 일이다보니 선거를 앞두고 논란도 많을 수밖에 없으며. 업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당초 황건호 협회장이 다시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황 회장은 2004년 금융투자협회 전신인 증권업협회장에 당선됐으며 2009년부터 최근까지 금투협회장을 맡아왔다. 
 
임기 동안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 도입에 기여하는 등 업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지나친 장기 집권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 으며, 결국 황 회장은 지난해 말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선 후보들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처음 후보로 등록했던 인물은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전 우리 투자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정의동 전 골든브릿지 투자증권 회장, 전상일 동양증권 부회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총 6명. 

후보자 등록을 받은 후 논란이 들끓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노동조합과 현대증권 및 우리투자증권 노조가 박종수, 유흥수, 최경수 세 후보를 부적격  후보로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한 것. 업계 경력이 부족하거나, 소송에 휘말린 당사자란 사실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증권사 사장 재임 시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업무 능력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지난달 20일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6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 및 면접심사를 진행해 김성태, 박종수, 최경수 등 세 후보를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이어 26일 치러진 선거에서 박 후보가 43.26%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는 데 실패해 2위인 최 후보 간 재투표가 진행됐다. 그리고 두 번의 투표를 거쳐 박 후보가 신임회장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한편 161개 금투협 회원사들은 선거에서 1사 1표를 부여받았으며 회비에 따라 투표권에 0.43~2 정도의 가중치가 부여됐다. 즉 대형증권사는 2이상, 소규모 자산 운용 사 는 0.43가량의 투표권을 갖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