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나치게 선거 의식"
4·11 총선을 향한 여야 정치권의 공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칼날’의 끝이 재벌가를 향하고 있다. 부의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경제계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치권이 표 결집 수단으로 ‘재벌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재벌 순환출자 해소의 구체적인 수준을 담은 정책을 곧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다.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등의 재벌개혁안을 공개했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10대 그룹의 재벌 해체’를 목표로 한 로드맵까지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권의 재벌개혁 논의가 지나치게 ‘대기업 죽이기’로 일관해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4․11 총선’발 여야 공약, 재벌가를 떨게 만든 그 실체는 무엇일까.
◆출총제 부활? 총액 한도 놓고 여야 '시끌'
여야 정치권이 재벌개혁의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출총제와 관련해서다. 출총제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지난 1986년 처음 도입된 후 정권 교체기나 선거 때마다 여덟 차례나 모습을 바꿔가며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다.
현재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출총제의 전면 ‘부활’을 외치고 있고, 새누리당은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들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순자산액 대비 출자총액 상한비율과 적용 기준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상한비율을 2009년 폐지 이전인 40%로 할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5%로 할지 검토 중인 상태.
만약 출자총액 한도비율을 25%로 정하게 된다면 10대 그룹 중에서 현대중공업과 한화 등이 이 기준에 딱 걸리게 된다. 또 출총제를 10대 그룹에만 적용할지, 30대 기업이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도 고민 중인데, 적용기준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으로 하게 되면 출총제 적용대상에 30대 기업 대부분이 포함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원천적으로 출총제의 부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신 중소기업적합업종 보호안을 공정거래법에 법제화하는 등 대기업의 팽창을 규제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출총제 부활 움직임과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과거 출총제 시행으로 대기업 투자가 줄면서 관련 중소기업 투자도 줄고 일자리도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양극화 해소보다 오히려 기업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벌세 '징수', 일감몰아주기엔 '징역형'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해 새롭게 내세운 ‘재벌세’, 그리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대책 역시 대기업의 ‘옥죄기’ 공약으로 부상 중이다.
민주당의 재벌세는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A사 임원은 “재벌세가 ‘징벌적 징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명칭에서부터 재벌들을 겨냥한 세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선거 때마다 이같은 정치권의 공약 남발은 거시경제의 위축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벌개혁을 위한 정치권의 공약 중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근절방안도 재벌개혁의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대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민주당도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강도 높은 개선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민주당은 대기업들이 오너(사주)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유용하는 것이므로 배임죄와 유사하다고 판단, 형사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통합진보 “10대 재벌 해체" 강성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재벌을 규제하는 쪽에 포커스를 둔 사이 통합진보당은 '재벌의 해체‘에 초점을 맞춰 강성을 내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내세운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은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분리, 출총제의 부활과 강화, 지주회사 규정 강화, 업무 무관 계열사 보유 과세 등 여러 정책 수단을 각 재벌 그룹의 특성에 맞게 활용해 10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을 둘로 나누자는 것으로, 금융지주회사법 제2조에서 정하는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현행 ‘최대출자자’에서 ‘최대법인출자자’로 바꾸겠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은 그 자회사로 돼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는 매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삼성그룹은 금융과 전자 부문으로 분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만 보유해도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한 현재 규정을 80%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또 현행 부채 비율 한도 200%를 지난 1999년 지주회사가 허용된 당시인 100%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재벌개혁 논의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양극화 등 부의 형평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재벌개혁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재벌개혁의 내용들이 지나치게 선거를 의식한 모험적이고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많다”며 “순환출자 규제만 해도 자금 조달, 지분 정리 등의 과정에서 긴박한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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