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강심장?'
'골목상권'을 벗어나려는 대기업들의 시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세계가 중소상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삼성가와 롯데가 등이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표명한 것과는 반대로 신세계의 조선호텔베이커리만은 골목상권 논란에 따른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오히려 사업재정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40)의 진두지휘로 현재 조선호텔베이커리에서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 등 총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 10개 점포에 들어서 있고, 데이앤데이는 이마트 122곳에 입점해 있다. 또 베키아에누보는 백화점 본점과 센텀시티점 등 6곳에서 영업 중이다.
 
◆삼성·롯데 철수 외칠 때도 나홀로 '확장'

신세계는 최근 이마트에 있던 데이앤데이를 '밀크앤허니'라는 고급 브랜드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해 중소상인들의 '불만'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특히 밀크앤허니가 기존 베이커리 외에 커피와 주스, 차 등을 판매하는 카페형 베이커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골목상권'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섞인 시선이 만만치 않다.


지난 1월26일 호텔신라가 베이커리 브랜드인 '아티제' 사업을 전면 철수한다고 밝혔고 며칠 뒤에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대표가 운영하는 '블리스'가 베이커리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밝힌 것과는 확연히 상반된 행보다.

중소상인들과 여론의 신세계 '몰아세우기'가 진행되면서 최근 들어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신세계에 압박카드를 꺼내들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이마트의 데이앤데이를 조사한 데 이어 최근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해 조선호텔베이커리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이 계열사인 조선호텔베이커리에 대해 임대료나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등의 부당지원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이번 조사의 초점.

하지만 신세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진행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지난 1월에 두세 차례 조사 나온 것 외에 최근에는 전혀 현장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경 부사장, 철수 쉽게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신세계는 '악명'까지 뒤짚어 쓰며 다른 재벌기업들과 달리 베이커리 사업을 접지 않는 것일까.
재계 전문가들은 회사의 성장이 대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볼 때 조선호텔베이커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정 부사장이 쉽게 베이커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2005년 조선호텔 베이커리사업부문에서 물적 분할할 당시 760억원의 매출에 불과했던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이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초고속 성장했다. 지난 2009년 447억원이었던 자산도 이듬해 682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일각에선 조선호텔베이커리가 기본적으로 로드샵에 진출하지 않은데다 매장 수가 워낙 많아 대대적인 사업 철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한다.

실제 신세계측은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설립 이후 꾸준한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다른 재벌 베이커리와 다르고 '골목 상권'과도 별개의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1996년부터 했던 사업들이고 다른 기업의 베이커리 사업은 길어봐야 3~4년에 불과하다"며 "애초부터 골목상원 진출은 생각지도 않았고 아예 가맹점도 모집하지 않는다"며 사업철수 계획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편 서민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비난 여론이 계속되고 있는 사이 최근 신세계는 사회공헌 활동차 전개한 장애인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일부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신세계SVN은 장애인 고용창출과 직업능력개발 활성화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신세계SVN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데이앤데이, 달로와요 브랜드로 100여개가 넘는 점포망을 형성해 제빵을 납품하는 업체로, 이 역시 정유경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SVN-장애인 제휴도 골목침범?

이번 협력을 통해 신세계SVN은 제과제빵 장애인 전문인력을 양성해 현재 11명인 청각지체장애인의 채용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신세계가 계열사인 신세계SVN을 통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등에 업고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세계SVN이 장애인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고. 신세계의 핵심 계열사인 조선호텔 등의 장애인고용률이 법정 의무고용률에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순수한 사회공헌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골목상권을 침범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골목철수론'에 직면한 신세계의 '강심장'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