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26일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
-2012년 2월27일.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 국회 통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쌍포화를 맞던 신용카드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각종 규제에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일제히 포인트 적립·할인율 축소, 전월 실적 상향 조정, 제휴사 혜택 종료 등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섰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여기에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통과한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이 한몫했다. 올 1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여전법의 골자는 영세가맹점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다.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많게는 3%포인트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가맹점과 카드사, 금융당국이 모두 환영한다. 문제는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정하도록 한 데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나서 정하게 되면 시장질서를 흐린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카드사들은 여전법 개정안 이후 여러 가지 대책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여전법이 재개정되지 않으면 헌법 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최악의 경우인 개정안 시행 시 자구책으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뉴스1 박정호기자
◇ 카드사, 부가서비스 축소로 대응
"수수료율을 더 낮출 여지가 없다."
지난 7일 KB국민카드의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기의 사장이 한 말이다. 최 사장은 "현재와 같은 소비자 마케팅 비용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게 포인트 적립률 축소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인터파크에서 결제 시 결제금액의 0.2%를 인터파크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해줬으나 올 6월부터는 0.1%로 줄인다. KB국민카드도 오는 5월부터 프라임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0.4% 포인트리를 적립해주던 서비스를 종료한다. 8월부터 주유할인 제휴 포인트리 적립 서비스도 중단한다.
현대카드 '에버리치 체크카드'는 오는 6월20일부터 M포인트 적립률을 1.0%에서 0.5%로 절반을 낮춰 적용한다. 외환카드는 이달 말에 전국 훼미리마트에 대한 YES포인트 사용 및 재적립 서비스를 중단한다. 삼성카드도 '아시아나 삼성지엔미플래티늄카드'와 '아시아나 삼성애니패스플래티늄카드'에 대해 내달부터 무이자 할부 이용금액을 마일리지 적립 대상에서 제외한다.
할인 혜택도 대폭 줄어든다. 'KB국민 이레저카드'는 철도승차권 5% 현장 할인 서비스를 끝낸다.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현장 할인 혜택이 주어졌던 '현대오토인슈-현대카드'는 내달부터, '코리아홈쇼핑·홈에버 현대카드V'는 7월 말부터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같은 서비스 축소는 정치권에서 수수료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부터 불거졌던 문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수수료를 낮추는 데만 집중하면서 "카드사들이 함부로 서비스 축소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응한 바 있다. 결국 예상대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손해를 카드 이용자가 지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사가 각종 규제로 영업이 어려워지는 시점이어서 비용절감이 시급하다"며 "부가서비스 축소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 역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야속하겠지만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카드사들이 소비자에 대해 방만하게 약속을 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무턱대고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 반발도 거세다. 카드사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전월실적 상향, 놀이공원 무료입장 폐지 등 서비스를 대거 축소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홍보를 위해 부가서비스와 할인 기능을 내세우다가도 비용을 절감한다며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등 자기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스1 박세연기자
◇ 오락가락 금융위도 문제
여전법 개정안을 두고 여신금융업계는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하기로 한 것이 어떻게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위의 오락가락한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당초 여전법 개정이 통과된 다음날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부분에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경제체제에 대한 절대가치를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여신업계는 재개정의 가능성이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재개정 추진의사를 접었다.
금융위는 재개정이 아닌 통과한 법안 내에서 위헌 소지가 없는 수수료 정책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황원섭 전국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금융위와 협의가 된다면 법으로 정하는 것이 카드사에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황 의장은 "카드사는 그동안 간접세 성격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인허가를 통해 특별대우를 받는 만큼 회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가맹점 수수료율 역시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하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한 만큼 정부가 개입해서 수수료율을 손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의 경우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실패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수수료율 체계 개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개정안은 맞지만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이 법상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수수료율을 제시해도 만족할 만한 답이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우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개정안이 실현되기는 어렵다"며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처사로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 역시 "영세가맹점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많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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