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 최다 보유
해마다 정부가 공개하는 고위공직자 및 국회의원 재산 목록엔 미술품과 골동품이 들어있다. 올해 정부가 공개한 공직자 재산 목록에도 많은 미술품이 등장한다. 최고가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신고한 도상봉의 '풍경화'로 5000만원이다. 미술계에선 시장가에 가장 근접하게 신고했다고 평가한다.
고위공직자 가운데 노기태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가장 많은 그림을 소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왈종, 전혁림 등 근현대 작가의 작품 8점을 1억70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국회의원 중에선 정몽준 의원이 단연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으며 억대를 호가하는 악기도 눈에 띄는 재산목록으로 꼽혔다.
◆MB의 그림 최고가 넘보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그림은 이명박 대통령이 소장하고 있는 김창열의 '물방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림 2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창열의 물방울(신고가액 700만원)과 이상범의 '한국화 설경'(1500만원)이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을 2500만원에 신고했다.
김창열은 캔버스나 종이, 신문 등에 맺혀 있는 물방울 모습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섬세한 붓 터치로 영롱한 빛이 감도는 물방울을 표현했다. 1972년부터 물방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벌써 40년째 물방울만 그렸다. 김창열의 1970년대 작품은 물방울에 힘이 맺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대 작품에 비해 70년대 작품이 높은 값을 받는다.
최근 경매에서 3억5000만원에 낙찰된 김창열 물방울 120호
최근 김창열의 1970년대 작품이 경매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3월20일 열린 서울옥션 봄 정기경매에서 1975년에 제작된 120호짜리 물방울이 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대통령이 신고한 물방울은 크기는 작지만 제작연도는 1970년대다. 신고가는 700만원이지만 경매에 붙이면 억원대도 받을 수 있다.
◆김중수 총재의 솔직한 신고
신고가액을 기준으로 가장 비싼 작품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신고한 도상봉의 풍경화다.
도상봉은 정물이나 풍경을 무겁고 둔중한 색채로 그려낸 현대미술작가다. 엄격한 사실주의의 정신으로 단조로운 화면에 관조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유명하다.
도상봉의 작품은 꾸준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경매에서 도상봉의 60년대 정물화가 4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작품에 따라 4000만~6000만원 정도의 편차를 보인다.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4000만원에 낙찰된 도상봉의 1964년 작 '정물'
한 큐레이터는 "일부 공직자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미술품 가격을 신고하기도 한다"며 "김 총재가 신고한 도상봉의 작품은 가격대가 일정해 비교적 시장가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MJ의 미술 사랑
공직자 재산 1위인 정몽준 의원은 미술품 투자에도 안목이 깊다. 정 의원이 신고한 그림은 병풍(2000만원) 이상범의 '산수화'(5000만원) 김용진의 '선도'(1000만원) 유병엽의 '탐라국의 마을'(2100만원) 등이다. 총 8점으로 1억9100만원어치를 신고했다.
지난해엔 두점의 작품을 추가로 구매해 눈길을 끈다. 정의원은 수묵화 '사슴이 노니는 우리강산'(2000만원)과 사진 1점(540만원)을 추가했다고 신고했다. 작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시장 가격을 추산하긴 어렵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배우자 소유라며 러시아 그룹 작가의 사진 2점을 신고한 바 있다. 정 의원은 AES+F 그룹의 사진 작품 '파노라마 #4'와 '톤도 #13(원형)'을 각각 4179만원, 2374만원이라고 신고했다.
AES+F 그룹은 1987년에 아르자마소바(Arzamasova) 에브조비치(Evzovich) 스브야츠키(Svyatsky) 등 3명으로 결성돼 AES로 활동하다가 1995년에 사진작가인 프리드케스(Fridkes)가 합류하면서 AES+F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그룹 작가다. AES+F 그룹은 서구세계가 아랍세계에 느끼는 공포와 두 세계의 긴장감을 표현한 퍼포먼스 작품을 여럿 남겼다. 2008년 국내 한 갤러리에서 ASES+F의 작품이 점당 7000만~9000만원에 팔린 적이 있었다.
◆7000만원짜리 첼로도
미술품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콜렉션은 악기다.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하프 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악기들이 공직자들의 재산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비싼 악기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배우자 소유라고 신고한 첼로다. 1694년 제작된 이 첼로는 7000만원에 신고됐다. 오 총장의 첼로는 지오반니 파올로 마찌니(Giovanni Paolo Maggini)가 제작한 명품 악기다. 마찌니는 현재 사용되는 바이올린의 원형을 확립했다는 이탈리아 장인 가스파로 다 살로(Gasparo da Salo)의 제자로,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여러 명품 악기를 다수 남겼다. 금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악기은행에도 마찌니의 첼로가 보관돼 있다.
마찌니의 '첼로'
이외에 권영세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하프 4점을 각각 1000만~3000만원이라고 신고했고 이찬열 의원은 6000만원짜리 첼로, 주광덕 의원은 6500만원짜리 비올라, 박진의원은 3000만원짜리 바이올린을 각각 신고했다.
◆DJ의 서예 얼마나 될까
최규식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예 1점을 재산목록에 올렸다. 신고가액은 '0'원인 것으로 미뤄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의 서예 작품은 사후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얼마 전 K옥션 정기경매에선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작품이 2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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