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천년고도 시안(西安)시 중심에서 서쪽으로 10km, 시안의 서쪽에 있는 시앤양(咸陽)시 중심에서 동쪽으로 3km 떨어진 곳. 바로 ‘사상 최대의 궁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진시황의 어팡꿍(阿房宮)이 있던 곳이다. 진시황은 기원전 221년에 천하를 통일한 뒤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진시황 4대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토목 및 건축공사를 벌였다. 바로 어팡꿍과  만리장성, 진시황릉 및 삥마용(兵馬俑)과 친즈따오(秦直道, 어팡꿍에서 네이멍구(內蒙古)까지 이어진 고속도로)다.

수십만 명의 노예가 동원됐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 속에서 추진된 ‘진시황 4대 프로젝트’는 2300년이 지난 요즈음 ‘세계의 불가사의’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아 거대한 관광수입을 만들어 내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 쉬타이허우(徐太后)가 청나라 말기에 베이양(北洋)함대 육성 예산을 자신의 환갑잔치를 위한  이허위앤(頤和園) 건설에 전용함으로써 청일(淸日)전쟁에서 패배해, 청나라를 반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지만, 150여년이 지난 요즘 이화위앤을 찾는 관광객으로 거액의 관광수입을 올리도록 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안에 2300년 만에 거대한 토목, 건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시안의 시(西)와 시앤양의 시앤(咸)을 따서 만든 시시앤(西咸)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시시앤신도시는 2009년 6월에 중국 궈우위앤(國務院)이 승인한 ‘관중톈수이(關中天水)경제구 발전계획’의 핵심 프로젝트. 장쑤(江蘇)성의 리앤윈(連云)항에서 출발해 쩡저우(鄭州)와 시안 및 우르무치를 거쳐 터키와 로테르담으로까지 연결되는 중국횡단철도(TCR)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에 ‘시안-시앤양 국제대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시앤신도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605.25㎢)의 1.46배에 이르는 882㎢ 면적에 현재 80만명인 인구를 2051년에  150만명, 2020년에 236만명 규모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시시앤도시 평둥지역에 지어지고 있는 이주민용 아파트.      신도시 건설과 함께 철거될 농촌 주책들.
2011년 6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시시앤신도시 건설은 ‘진시황 4대 프로젝트’와 성격이 다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대규모 노예가 동원되는 강제노역 대신  ‘둥지를 멋지게 만들어 봉황을 끌어들인다’는 ‘주차오인펑(筑巢引鳳)’ 전략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또 '진시황 4대 프로젝트'는 황제의 위엄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시시앤신도시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설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이는 시이앤신도시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신도시의 주제가 과학발전이고. 기본원칙은 발전방식의 전환이며, 핵심과제는 도시발전방식의 혁신과 새로운 도시화 경로의 모색이고, 임무는 현대 전원도시 건설과 혁신형 도시의 창조다. 이에 따라 인구는 늘어나지만 도시지역 면적은 2015년에 160㎢(전체 면적의 18%), 2020년에 272㎢(30.8%)로 제한된다. 신도시 면적의  70%를 농토를 보전하고. 20~30%만 밀집형 도시공간으로 개발함으로써 농토의 난개발을 막으면서도 도시화 목표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농민들이 입주해 살 아파트를 먼저 건설하고 있다. 시시앤신도시는 지역특색을 살려 공항신도시, 펑둥(灃東)신도시, 친한(秦漢)신도시, 펑시(灃西)신도시, 징허(涇河)신도시 등 5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이중 159.3㎢의 면적에 2020년까지 인구 67만명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펑둥신도시의 경우, 현재 치항지아위앤(啓航佳苑) 지역에 서민용 소형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270무(5만4000평)의 대지에 65㎡(20평)~125㎡(38평) 아파트 30동, 7000호를 짓고 있다. 모두 25억위안(4500억원)을 투자해 내년에 완공해 입주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왕쥔(王軍) 시시앤신도시 건설관리위원회 부주임은 “살 아파트를 지어주고, 생활의 터전인 농토를 보존하면서 편리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시앤신도시 건설은 278개 프로젝트에, 1조3600억위안(244조8000억원) 이상의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바이치앤완(百千萬)프로젝트’를 세웠다. 처음 3년까지는 매년 100억위안(1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5년 안에 1000억위안(18조원)을 유치하며, 10년 안에  안에 1조위안(180조원) 이상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왕 부주임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33개 우대정책’을 확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시시앤신도시 건설이 시작된 지 10개월 정도 지났지만 이미 상당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대 정책 중에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처음 5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하고, 다음 5년 동안은 50% 면세해주고 ▲글로벌 500대 기업이 10억위안(1800억원) 이상 투자할 경우 일시금으로 200만~500만위안(3억6000만~9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며 ▲인재에 대해 자녀교육과 의료시설 등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투자유치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말에 열린 ‘샨강아오(陝港澳, 샨시 '홍콩' 마카오) 경제교류회’에서 9개 프로젝트, 800억위안(14조400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포커스시안싱가포르공업단지와 홍콩리싱항(利星行)국제자동차 등이 참여했다. 또 홍콩에서 800억위안 규모의 시시앤발전펀드를 설립해 초기자금이 20억달러(약126억위안)를 모급했다.

시시안신도시가 들어서는 관중톈수이경제구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정한 7대 경제구 가운데 하나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을 중심으로 한 셔우두(首都)경제구, 개혁개방의 선두주자인 선전과 광저우(廣州) 등을 중심으로 한 주산자오(珠三角)경제구, 상하이(上海)와 닝보(寧波)를 포함하는 창산자오(長三角)경제구, 션양(瀋陽)과 따롄(大連)의 션따(瀋大)경제구, 충칭(重慶)과 청두(成都)를 중심으로 하는 청위(成渝)경제구, 중부개발의 중심인 우한(武漢)경제구 등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부지역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시안신도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2개 도시를 통합하기 위한 전 단계로 시험적으로 추진되는 성격도 있다. ‘미래형 전원도시’인 시시앤신도시 모델은 앞으로 농촌현대화와 도시화 및 첨단산업화 등 중국의 ‘3화(三化)’를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