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 평소에는 정치에 무심하던 사람도 나름대로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가 인기를 모을지, 누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지에 베팅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정치인에 투자하는 방법은 '정치인 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정치인 펀드는 정치인이 선거비용을 마련하고자 일반인에게 돈을 빌리고 나중에 이자를 더해 갚는 상품이다.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 주식투자와 같다. 그중에서도 배당금이나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든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오를만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에 비유할 수 있다. 
 

◆정치인 펀드

최초의 정치인 펀드는 현재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지난 2010년 6월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때 탄생했다. '유시민펀드'는 2010년 8월10일 전액 상환하면서 이자를 CD(91일) 연리 2.45%를 적용했다. 선거에서 유 대표는 낙선했지만 상당한 표를 획득해 선거비용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무난히 돌려주게 된 것.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10·27 재보선에 후보로 나설 당시 정치인 펀드를 개설한 바 있다. 펀드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 1400여명이 가입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며 대박을 냈었다. '박원순펀드'는 불과 47시간 만에 38억5000만원의 선거자금을 모집했고 이자율은 연 3.58%였다.


19대 국회의원을 뽑은 지난 4·11 총선에서는 상당수의 후보자들이 정치인 펀드를 모집해 자금을 조달했다. 대부분의 정치인 펀드는 투자자가 후보의 계좌에 투자금을 송금하고 신상명세서를 보내면 차용증서를 발급해준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정당 소속 및 무소속 후보자들이 펀드를 모집하면서 대부분은 은행 예금의 이자율이나 일반 채권펀드의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득표율이 15% 이상인 후보에겐 법정 선거비용의 전액을, 10~15%인 후보에겐 50%를 보전해준다. 따라서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15% 이상의 득표율만 획득하면 법정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아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데 사용할 수 있다.

펀드를 모집한 정치인 중 경기도 안산 상록갑의 민주통합당 김영환 후보는 59.6%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됨과 동시에 법정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애초 약속했던 연환산 6%의 수익률로 원리금을 6월20일 이전까지 무난히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이재오 후보 역시 서울 은평을에서 당선되고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게 됐다. 펀드 이자율은 CD금리(연 3.7% 상당)로 설정됐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의 통합진보당 강기갑 후보가 모집한 '강달프펀드'는 5시간 반만에 1억8411만원을 모금, 목표액인 1억7000만원을 초과했다. 선거에서는 펀드 모집에서 나타났던 열기와는 다르게 24.1%의 득표율로 낙선했지만 법정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아 6월11일 이전에 연 6% 이자율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동갑의 민주통합당 이부영 후보와 서초갑의 민주통합당 이혁진 후보 역시 낙선했음에도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을 무난히 얻었다. 투자자들로서는 비록 자신이 투자한 정치인이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투자성과에서는 일반채권펀드에 투자한 것보다 뒤지지 않는 이자소득을 얻게 됐다.

인천 남동갑의 무소속 이윤성 후보와 대구 동구갑의 무소속 오태동 후보는 낙선과 더불어 득표율이 15%에 미달해 법정 선거비용을 50%만 보전받게 됐다. 선거 전의 지지도 조사에서 평균 20%대의 지지율을 나타내 15% 득표가 무난하리라 예상했던 것이 빗나간 것이다. 반면 마포을의 무소속 강용석 후보는 득표율이 10%에 미달한 4.3%를 기록해 한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됐다. '강용석펀드'를 모집할 당시 접수시작 4시간 만에 300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려 화제를 모았지만, 선거에서는 저조한 결과가 나와 펀드 투자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선관위에서 "빌려 쓴 돈에 대한 이자가 법정이자율에 비해 현저히 낮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한 예비후보들에게는 정치인 펀드가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통장의 계좌에 펀드자금을 넣고 사용내역 기록을 남기게 되어 있지만 해당통장에 넣지 않더라도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아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후보가 가입자에게 돈을 제대로 상환했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들은 정치인 펀드에 투자한 뒤에는 선거 당일에 표심을 바꿀 가능성이 적어 지지자들을 미리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펀드는 선거자금 모금방식으로써 앞으로 선거철마다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득표율이 낮아 선거비를 온전히 보존받지 못한 펀드는 원금상환이 모호해질 수도 있으며 투자자의 돈을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한 법규도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 4·11 선거의 경우 후보에 따라 개인 자산을 팔아서라도 원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는데 강용석 후보가 대표적이다.
 

◆정치인 테마주
정치인 테마주의 경우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결정된 직후인 4월12일에 '박근혜 테마주'와 '안철수 테마주'가 폭등한 반면 '한명숙 테마주'와 '문재인 테마주'는 폭락했다. 선거일 전에는 '박근혜 테마주'보다 '문재인 테마주'의 상승폭이 더 커서 주식시장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총선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와 정치인 테마주의 명암도 엇갈리게 된 것이다.

'박근혜 테마주' 중 4월12∼13일 연이틀 연속해 상한가 제한폭까지 오른 EG는 박 위원장의 친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이고,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는 박 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을 밝힌 이후 부상한 바 있다. 역시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비트컴퓨터는 회사의 회장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밀리면서 '안철수 테마주'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범야권의 대안으로 기대되는 심리가 반영됨에 따라 안철수연구소, 솔고바이오, 잘만테크, 케이씨피드, 우성사료 등 주요 '안철수 테마주'가 4월12일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그 다음날 주춤해졌다.

'한명숙 테마주'인 영남제분은 회장이 이해찬 전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테마주' 중 바른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소속됐던 법무법인의 고객사라는 이유로,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최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이유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주로 분류돼왔다.

'문재인 테마주'는 선거 직후 하한가로 폭락했다가 다음날 한명숙 대표가 총선 패배에 무한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함으로써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일부 종목은 다음날 상한가로 급반전했다.

이처럼 정치인 테마주는 급등락이 종종 심하게 나타나며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를 발표할 땐 조사결과에 따라 종목의 등락이 엇갈리는 등 일반 투자가가 따라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연말 대선까지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시기를 내부자들은 매도를 통해 거액을 챙기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유신소재는 지난해 12월 초 주가가 1400원대였는데 회장 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손녀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테마주로 묶여 급등해 2월에는 4000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회장과 부인, 딸 등은 2월 중순경 266만4070주, 약 96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을 수준에서 현금 확보를 한 것이다.

기업의 가치와 실적, 성장성 등을 보며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정치인 테마주의 부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MB 테마주로 건설회사인 이화공영, 특수건설 등이 각각 36배, 1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상승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신정부 탄생 후 이들 회사의 매출액과 이익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처럼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의 시각에서는 납득되지 못하며, 경기의 승부에 돈을 거는 투기적 게임 성격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 테마주 투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나 당국의 조사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 무엇이 이기느냐에 돈 거는 행위를 사회에서 총체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람들끼리 돈 거는 경기를 통해 세금을 많이 걷는 것보다는 국민정신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