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은 지금까지 대형가맹점에는 낮은 수수료율을, 중소형가맹점에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왔다. 카드사보다 '갑'의 위치에 놓인 대형가맹점들이 협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모순된 구조를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편안에 따르면 평균 1.66%였던 대형할인점은 0.29%포인트 오른 1.9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중소형가맹점은 이보다 낮아지게 되는데 2.47%였던 일반음식점은 0.5%포인트 낮은 1.97%를, 2.66%였던 제과점은 0.3%포인트 낮은 2.36%를, 2.68%로 비교적 높았던 미용실은 0.78%포인트 낮아진 1.90%를 적용받게 된다. 이는 대형가맹점의 협상력이 아닌 연구를 통해 산출된 기본수수료율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가맹점과 계약을 통해 결정된 수수료율이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여느 때보다 가맹점과 카드사를 주시하고 있다.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야만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카드회원에게까지 영향이 미치는 사안이어서 관련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 수수료율 논란, 이번에는 잠재울까
지금까지 가맹점수수료율 논란은 끊이지 않아왔다. 수차례의 수수료 인하정책을 거쳐 올해 3월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연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전법 개정안은 크게 ▲가맹점 수수료율 정책의 합리성 ▲금융위원회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정하는 것 ▲영세·중소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형가맹점의 협상력 축소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여전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로 수수료율 책정의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근거가 미비한 업종별 수수료율을 유지해 왔다. 가맹점간 수수료율 차별의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가맹점으로부터 지속적인 인하 압박을 받아왔던 것.
이번 개편안은 카드사별로 원가를 분석하고 가맹점의 거래패턴을 분석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되면 대형가맹점이라 하더라도 기본수수료율이 높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올라가게 된다.
개편안의 시뮬레이션대로라면 중소형가맹점인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수수료율도 올라가게 된다.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고정비용 부담으로 수수료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는 여기에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이들 가맹점에 대해 건당 고정비용을 낮게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이나 가격차별금지 등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가맹점수 기준 이용금액 상위 1000개(0.06%)의 가맹점이 전체 취급고의 50.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상위 가맹점의 취급고 집중도가 높다"며 "대형가맹점이 카드 결제시스템 유지비용과 부가서비스 비용 등을 적정하게 부담하면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대형가맹점 앞에 곤란한 카드사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인 이번 개편안은 카드를 사용하는 모든 가맹점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그중에서도 금융당국의 칼끝은 카드사의 주요고객인 대형가맹점을 겨누고 있다. 카드사는 지금까지 '을'의 입장에서 대형가맹점의 편의를 봐줬지만 이후에는 개편안대로 수수료율 계약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형가맹점인 코스트코와 0.7%의 수수료율 계약을 맺은 삼성카드의 경우 재계약을 할 땐 개편안 대로라면 1.25%포인트나 수수료율을 높여야 한다. 삼성카드 측은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코스트코와 협의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카드뿐만이 아니다. 문제는 대형가맹점과 낮은 수수료율 계약을 맺은 카드사들이 재계약을 맺을지 여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의 움직임은 없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겠지만 가맹점은 금융당국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보다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가맹점과 계약을 맺을 때 이번 개편안을 토대로 시정되는 법령에 근거해 수수료율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법령 이후 위반사항에 대해 엄격하게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맹점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카드사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카드회원에게 미칠 변화는?
이번 수수료율 개편안이 나오게 된 데에는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이 한몫 했다. 카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포인트, 청구할인,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맹점에 부담이 전가돼 수수료율 상승을 불러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드 회원들도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종 마케팅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의무수납 폐지, 가격차별 등 불편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보우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카드를 결제 지불수단 이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현금을 쓰는 사람보다 카드를 사용하는 게 포인트 적립 등으로 지불 금액을 깎아주는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카드 회원에게 돌아가던 많은 카드 혜택들이 줄어들어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 회원은 충격이 있겠지만 카드는 할인용도가 아니라 지불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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