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들어가면 온갖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로 만든 신문의 몰락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난 5월24일, 유서 깊은 미국 한 지방신문의 발표는 신문의 몰락이라는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충격이었다.
 
그날 미국 뉴올리안즈의 유일한 일간지 '뉴올리안즈 타임스-피카윤'은 재정적인 이유를 들어 신문을 일주일에 3일만 발간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뉴올리안즈는 미국에서 일간지가 없는 가장 큰 도시라는 일종의 '오명'을 얻게 됐다.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카윤'이 종이 신문을 찍는 날은 수요일과 금요일, 일요일이다. 그나마 할인 쿠폰을 얻으려 신문을 사보는 사람들이 있어 광고가 들어오는 요일들이다.


'뉴올리안즈 타임스-피카윤'은 그동안 월요일과 화요일, 금요일, 토요일엔 유료광고가 거의 없어 적자를 보면서 신문을 찍어야 했다.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카윤'의 경영진은 종이 신문을 일주일에 3일만 발간하는 대신 온라인 뉴스를 강화해 구독자들의 속보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푸드 네트워크 매거진 사이트,  뉴올리언스 타임스-피카윤 사이트

사실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카윤'의 발표는 신문산업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또 다른 대도시인 덴버의 '더 록키 마운틴 뉴스'와 시애틀의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를 포함해 다수의 미국 지방신문들이 문을 닫고 있다.
그럼에도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카윤'이 더 이상 일간지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미국 신문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는 이 신문이 뉴올리안스라는 대도시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잠재 구독자 기반이 넓었을 뿐만 아니라 구독률도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스카보로 리서치에 따르면 뉴올리안즈의 신문시장은 미국내 상위 50위 안에 포함되며 '뉴올리안즈 타임스-피카윤'은 이 가운데에서 인구 대비 구독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이 신문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안즈를 강타했던 2005년에 빠르고 정확하고 감동적인 보도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신문업계의 명문가이다.

이처럼 독자와 역사, 명성을 갖춘 신문임에도 매일 신문을 찍어내서는 재정적으로 승산이 없다는데 미국 신문업계는 좌절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카윤'의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평균 구독자수는 13만3557명을 유지해왔으나 이는 2005년 3월에 비해서는 49% 줄어든 것이다.
 
구독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광고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었다. 구독자 기반이 줄어들어 광고 효과는 떨어진 반면 기업들이 신문 외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넓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확대, 발전하면서 광고시장은 이제 더 이상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 정통 미디어의 독무대가 아니게 됐다. 10~30여년 전만 해도 광고시장에 존재조차 없었던 페이스북과 구글, MS, AOL, 야후가 이제는 광고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해 들어와 정통 미디어의 몫을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신문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20~25%만이 구독료 수입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신문산업의 매출액은 2005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나마 유럽 신문은 매출액의 50%가 구독료 수입이기 때문에 미국 신문보다는 몰락 속도가 느린 편이다.

미국 신문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온라인 이용자가 늘어나는데 맞춰 뉴스를 온라인에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수익으로 명확히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2010년에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들이 종이 신문에서 7달러의 매출 감소를 경험하는 동안 온라인에서 늘어나는 매출은 1달러에 불과했다.

몰락하는 미디어가 비단 종이 신문만은 아니다. 더욱 타격이 심한 것은 잡지이다. 매일 새로운 정보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씩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이 미디어의 전반적인 위축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기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온라인 뉴스와 모바일에 제공하는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유료화하는데 성공해 매출액이 늘고 있다.

물론 FT나 WSJ는 '뉴올리안스 타임스-피커윤'과 같은 지방신문은커녕 한 국가에 한정된 언론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독자층이 넓어 수익원 확대 기회가 폭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방신문이나 혹은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가 살아남을 만한 틈새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출판사인 허스트의 하이브리드 잡지가 대표적이다.

허스트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와중에 케이블방송회사인 스크립스 네트워크 인터랙트와 제휴해 음식 잡지를 내놓아 성공을 거뒀다. 스크립스 네트워크 인터랙트가 소유한 케이블방송 '푸드 네트워크 채널'의 컨텐츠를 잡지화한 '푸드 네트워크 매거진'은 구독자가 100만명에 달하는데다 지난해 광고 지면도 11.5% 늘어났다.

잡지의 광고 수입을 조사하는 PIB에 따르면 경쟁 음식 잡지인 '쿠킹 라이트'나 '에브리 데이' 등은 지난해 광고 지면이 두자리수 비율로 줄어들어 '푸드 네트워크 매거진'의 사례와 대조를 이뤘다.

'푸드 네트워크 매거진'의 성공 비결은 케이블TV 채널의 브랜드 파워와 시청자 기반이 잡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허스트 매거진의 출판 담당 이사인 마이클 클린턴은 "우리는 21세기형 잡지 모델"이라며 "우리는 웹사이트 방문객과 케이블TV 시청자들을 구독자로 확보할 수 있는데다 케이블TV를 통해 판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푸드 네트워크 매거진'의 성공도 종이 잡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결국 종이라는 뉴스 매체가 디지털 시대에 독자생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이 언론의 몰락이 슬픈 것만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종이만 아닐 뿐 종이와 같은 편집의 신문과 잡지가 태블릿PC를 통해 재탄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를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읽는 미디어'인 신문과 잡지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는 PC와 달리 침대나 소파에 누워 느긋하게 볼 수 있어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짧은 뉴스에 중독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다시 긴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이미 미국인 27%는 뉴스를 모바일 기기에서 얻고 있다.

이런 점에서 종이의 몰락이 곧 신문과 잡지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신문, 모바일 잡지, 그리고 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와 제휴한 하이브리드 신문 및 하이브리드 잡지가 디지털 시대의 각광 받는 뉴미디어로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누가 혁신적인 사고로 이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