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은 자산과 부채의 질이 굉장히 좋고 잘 관리돼 있어 앞으로 이런 (M&A)물건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보험업계 인수합병(M&A)의 핫이슈인 ING인수전의 서막이 화려하게 열렸다.
 
KB금융, 대한생명 등 국내 금융사들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ING생명 예비입찰서류를 제출한 15여 개 금융사 가운데 KB금융이 한국 법인에, 대한생명이 동남아시아 법인의 쇼트리스트(적격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ING그룹은 현재 아시아·태평양사업부를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법인 등 3개 패키지로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ING생명 한국법인 쇼트리스트에는 KB금융과 AIA그룹 등이 선정됐고, 말레이시아ㆍ태국ㆍ홍콩 등 동남아시아 법인에는 대한생명과 AIA그룹, 리처드리 등이 포함됐다. ING생명 아태 사업부 매각주간사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적격 예비후보에 예비실사 기회를 준 다음 오는 7월 중순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진_류승희기자
◆ KB금융, 한국법인 인수전서 웃을까?
 
IB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아태사업부 예상 매각가격은 8조원 안팎, 한국법인 가격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법인 분리 매각될 경우 국내에서는 오래전부터 ING생명에 뜨거운 구애를 보내온 KB금융이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B금융은 올 초부터 ING생명 인수를 주력 사업으로 꼽아왔다. 어윤대 회장은 최근 ING그룹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등 이미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4조원대의 자본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 관계자는 "KB생명은 방카슈랑스를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면 ING생명은 고소득 전문직을 겨냥한 외부영업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금융과 ING생명의 각별한 인연도 고려대상이다. 국민은행은 1999년부터 ING생명과 제휴를 맺어왔다. ING그룹은 현재 KB금융 지분 5.02%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따라서 ING그룹 입장에서는 KB금융에 ING생명을 매각하는 것이 투자 회수금액을 극대화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부풀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적정 가격이라면 인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포기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대한생명, 동남아 사업부 '인수 총력'

대한생명은 말레이시아·태국·홍콩 등 동남아 지역 3개 법인의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ING생명 아태사업부 인수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인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남아 쇼트리스트에는 대한생명 외에도 아시아권 최대 갑부인 홍콩 리카싱의 차남 리처드 리가 쇼트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예비 입찰에서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리처드 리가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판도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가격이 높아질 우려가 높은 것. 이 경우 대한생명은 예금보험공사와의 마찰이 발생할 수있다. 예보는 대한생명 2대 주주다. 대한생명의 무리한 인수전 참여로 주가가 하락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기하는 예보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생명은 앞서 동양생명 인수의향을 가졌으나 현재 진행 중단 상태.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시장에서 우려할 정도로 과열경쟁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도 ING생명 아태법인에 관심을 두고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NG생명 인수를 검토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M&A 통한 규모 확대·겸업화 신중론도 제기돼
 
이렇게 ING생명 인수전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시장점유율 확대, 새로운 수익창출 모형 구축 등 금융권의 니즈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할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 경쟁 구도에 상당한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은행계열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는 것.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삼성·대한·교보 등 생보업계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숨에 최하위권(KB생명)에서 중위권까지 뛰어오르며 보험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보험업계 인수합병(M&A)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보험사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ING생명 매각의 순조로운 진행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동안 보험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동양생명과 그린손보는 사실상 매각 실패 수순을 밟고 있어 강제 매각이 유력시되고 있다. 올해 나온 매물 보험사 가운데 주인을 찾은 곳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뿐이다(지난 악사가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지분전량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M&A를 통한 규모 확대·겸업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세계 대공황이 예견될 정도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가 짙어지면서 국내 금융그룹들의 M&A를 통한 규모 확대·겸업화(은행·보험 겸업 등)에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업과 보험업을 겸영하는 ING그룹의 보험사업 분리 원인이 사실 은행업의 부실보다는 보험사업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겸업화·대형화가 수익성 효율성 제고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하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불경기일 때는 역으로 외부 충격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