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융합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특히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 껴안기에 분주하다. 금융당국이 신규 카드발급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마음 놓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체크카드가 유일한 탓이다. 은행과 제휴를 맺지 않고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들은 정산할 때마다 건당 0.2~0.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카드사로서는 역마진이 나는 셈이다. 카드시장이 전업카드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계열사의 은행이 있는 카드사들은 나름의 출구를 모색하는 반면, 비은행계 카드사는 출구 없는 전쟁을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없으면 잇몸' 정신이 현재 비은행계 카드사에 나타나고 있다. 은행과 협의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드업계는 체크카드를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과 협의해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은 장기불황 속에서 은행 예금자가 줄자 카드사의 고객을 유치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카드의 결제계좌를 해당 은행으로 돌릴 수 있어 신규회원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카드사가 가진 마케팅 능력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 롯데카드-산업은행

롯데카드와 산업은행의 제휴는 금융권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는다. 비은행계인 롯데카드는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방침에 따르고 싶어도 결제계좌를 가진 은행이 없어 발급을 주저해왔다. 결국 롯데카드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체크카드는 다른 비은행계카드사의 체크카드와 달리 입출금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롯데카드는 산업은행 외에 하나은행과 제휴를 체결해 체크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제휴의 수혜자다. 산업은행은 강만수 회장 취임 이후 개인금융 확대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 중심으로 영업해왔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수가 적고 부가서비스도 적은 데다 신용카드 업무자체가 아예 없었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통장을 가진 고객에게 현금카드만 발급해야 했다.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없으니 산업은행에 예금하려던 고객 역시 불편함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산업은행은 개인금융 확대를 위해서라도 체크카드 발급이 필수였다. 결국 롯데카드와 손잡은 산업은행은 'KDB롯데체크카드'를 발급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함으로써 개인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며 "롯데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와도 연계해 고객의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롯데 체크카드'는 산업은행과 우체국, 우리은행의 자동화기기(ATM)에서 입출금 및 인터넷,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결제계좌에 50만원 이상 입금됐거나 잔액을 100만원 이상 유지하면 무료로 모든 금융회사의 ATM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롯데체크카드의 포인트 적립 및 할인 혜택이 그대로 적용되며, 롯데멤버스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0.4%가 포인트로 추가 적립되는 것이 강점이다.
 

◆ 현대카드-하나은행

현대카드는 하나은행과 제휴하고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하반기 중으로 발급할 예정이다. 현대카드와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6월 초 양사 영업망 상호 이용과 제휴카드 개발 및 공동 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의 핵심 내용은 은행과 카드사간의 상호 영업망 활용이다. 우선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국의 하나은행 창구를 통해 현대카드의 주력카드(양사 합의에 따라 발급대상 카드 결정)와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제휴카드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현대카드는 이번 제휴로 전업카드사의 구조적 취약점인 전국단위의 창구 영업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는 전국의 650여개 하나은행 영업점을 통해 연간 25만명 이상의 신규회원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현대카드의 기존 또는 신규고객이 카드대금 자동이체를 신청할 경우 하나은행 계좌로 유도해 현대카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의 VVIP고객인 블랙과 퍼플 고객을 잠재 고객화 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휴가 현대카드의 신규 및 기존 회원을 하나은행 결제계좌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제휴로 하나은행의 우량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의 마케팅 역량과 채널 경험을 활용해 성공적인 제휴 모델로 적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카드, 은행과 조율 중

삼성카드는 현재 제휴 은행 물색을 마치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 중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협의 중"이라며 "양사가 얼마만큼 서비스를 공유하고 제휴할 것인지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카드, 신한카드, 하나SK카드 등 은행계열사를 가진 카드사들은 이들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카드업계에서는 업계 선두권인 카드사와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 등은 다른 카드사와 제휴 맺기를 꺼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현대카드, 롯데카드와 제휴를 맺어 하나SK카드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안방에서 다른 카드사들이 영업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