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붐'으로 라이더가 늘어나는 요즘 차마 웃지 못 할 사연도 생긴다. L씨처럼 자전거에 푹 빠진 나머지, 가족을 챙기지 못해 이혼까지 넘나드는 일도 있다.
L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할 정도로 자전거 마니아다. 20년 이상을 자전거와 함께 한 셈이다. 가정을 꾸리면서도 '자전거 홀릭'은 도를 넘었다. 고만한 급여를 털어 자전거와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동호회 활동에서 뒤지기 싫어서다. 오히려 튀어 보이기 위해 해외 사이트까지 뒤져 국내 보급되지 않은 자전거까지 사들였다.
라이딩 또한 중독 수준이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은 좋았으나, 퇴근 후 귀가하지 않고 심야 라이딩까지 즐겼다. 주말에는 동호회 활동으로 새벽부터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휴가를 내면서까지 자전거 대회나 행사를 찾아 전국을 쏘다녔다.
그렇다 보니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조차 없었고, 살림도 궁색해졌다. 아내의 볼멘소리를 '잔소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아이들마저 등을 돌렸다. 급기야는 이혼 문턱까지 이르렀다.
이런 그가 다시 가족 품으로 라이딩을 한다. '지름신'이 내린 자전거를 여럿 정리해, 아내와 아이들의 자전거를 장만했다. 또한 주말 라이딩 시간도 새벽 3시간으로 줄여, 아이들과 아침 밥상을 맞는다. 물론 동호회도 한 군데로 정리했다.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 가족들은 자전거를 좋아하게 됐고, 한강자전거도로를 가볍게 탄다거나 바이크 캠핑까지 즐긴다. 자전거로 함께 하는 시간이 늘다보니 대화도 늘었다.
"베란다에 나란히 서 있는 자전거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내 말대로 '꼴도 보기 싫은' 자전거였는데 말이죠."
바퀴가 두 개인 만큼 가족들과 어울려 타는 재미를 맛본 그는 이번 여름휴가로 함께 자전거 국토종주에 오른다.
박정웅 기자 par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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